시골살이 두런두런
신평 지음 / 새빛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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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머리를 많이 썼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노후에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복잡한 도시생활에 지쳐서 한가한 시골에 살면서 텃밭이나 가꾸겠다는 생각.

이런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게 판사생활을 하던 법관이 옷을 벗고 찾아든 시골살이의

모습은 어떨까.





가난한 집에 열 번째 막내라니 정말 대단한 가족수이다. 빈한한 생활에서 부디끼고

제대로 누리지도 못했을텐데 공부를 잘해 한국 제일의 대학법대에 입학하다니..

부모님들, 이웃들의 자부심이 대단하지 않았을까.

이제 잘 나갈 일만 있을 것 같았는데 어찌 옷을 벗을 수밖에 없는 일들이 생겼을까.

아마 고집과 소신이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과거에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했으니까.




아내의 고향인 경주에 땅을 사고 집을 지었던 이유는 탈출구가 필요해서가 아니었을까.

이후 강단에도 서고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법조계에 족적을 남긴 학자였지만 결국은

지어놓았던 경주의 집으로 돌아와 농부로서의 삶을 선택하게 된다.

농약도 안쓰고 비닐 멀칭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전쟁을 선포한 것과 같다. 풀과의 전쟁.



나 역시 서울과 섬을 오가며 텃밭을 가꾸며 살지만 시골살이 절대 쉽지 않다.

4월이면 벌써 모기가 웽웽거리고-특히 섬의 모기는 지독하다- 자다보면 배위로

지네가 슥 지나가기도 하고, 가끔은 텃밭안으로 뱀이 지나가기도 한다.

개미는 반려동물쯤으로 여기게 되고 온갖 해충에 자체 방역기를 사용해야 할만큼

벌레와의 싸움이 피곤하다.




아마 나보다 더 치열한 시골살이를 살고 있을거라 짐작한다. 나야말로 정말 손바닥만한

텃밭이지만 저자의 텃밭의 규모는 상당해보인다. 거기에 과일나무며 꽃이며, 연못까지.

가꾸고 쳐내고 지켜야할 것들이 많이 보인다.

그럼에도 행복해하면서 풀을 뽐고 아내와 산책을 즐기고 반려견 아루와 기쁨을 나누는

장면을 그려보니 참 많이 행복해보인다.

가끔은 지나간 아픔에 대한 미련을 다 내려놓은 것 같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만

용서하는 마음으로 극복하는 모습역시 멋지다.

죽음이 두렵지 않을만큼 어떤 경지에 이른듯도 하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관심을 갖고 주눅들지 않는 모습에서 저자의 힘이 느껴진다.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면서 감꽃을 바라보고 아이들을 보물로 생각하는 따뜻한

인간미도 느껴진다. 멀리 경주에서 텃밭을 가꾸며 글을 쓰는 그를 아마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것 같다. 좋은 작품 많이 쓰시고 세상에 내어놓으시길 섬살이하는 초보농부가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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