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80가지 짧은 이야기
김창옥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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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달 전 가까운 지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이제 갓 오십정도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강아지를 키우려고 분양도 받았고 자신도, 주변사람들도

그렇게 허무하게 삶을 마감하게 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 한 번쯤 더 만나 맛있는 밥이라도 먹을걸. 목소리라도 한 번 더 들어볼걸.

그를 사랑하고 우정을 나누던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이런 마음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한다고 말해줄걸'이 아니었을까.

참 쑥스럽게도 우리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잘 건네지 못한다.

알겠지뭐. 이심전심이니까. 하지만 말로 꺼내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마음이지만 말로 꺼내면 더 빛이 나는 것들도 있음을 이제 안다.




저자인 김창옥은 성악을 전공한 강연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방영되고

있는 tvN을 통해 그의 강연을 들으면서 멀리서만 바라보던 사람이 불쑥 내 마음에 들어옴을

느낄 수 있었다. 외로웠던 어린시절, 청각장애를 가진 아버지와의 불화, 최근 알츠하이머

진단에 대한 이야기들을 꺼내놓은 모습에서 아주 오래 곰삭아 비로소 맛이든 장맛이 떠올랐다.

텁텁하고, 풋내도 나고, 가끔은 벌레도 들락거리고, 그럼에도 뜨거운 햇살아래서 익어갔을

그의 지단한 시간들이 느껴졌다.




유명 강연자들의 강연을 꽤 많이 들은 나로서는-기업에서 직원들 교육을 맡은 위치이다

보니 강연자 섭외가 일상이었다-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진짜 강연의 고수들은

그저 입담만 좋아서도 안되고 강연자의 삶 자체가 파노라마 같았을 때, 희노애락을

처절히 경험한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물론 성공가도만 걸어왔고 성공의 길만 전수하는

강연자도 인기가 있지만 마음 깊숙히 파고드는 인생의 참맛은 그런 사람들만이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강연자 김창옥은 아주 제대로 된 고수가 맞다.



청중들의 달고 시고 쓴 인생의 이야기를 상담해주고 속시원한 처방전을 내놓을 때

아픈 사람들은 위로받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아무에게나 있는 달란트가 아니다.

사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장르가 바로 자기계발쪽인데-왜? 뭐 이래라 저래라 하는 소리가

거슬려서?-비 맞고 넘어지고 충분히 곰삭은 시간을 걸어온 이의 말이라면 듣게 된다.

그럴 자격이 있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 대중들은 결코 멍청이가 아니다. 미사여구로 허술하게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세상이다. 이토록 오만한 대중들이 그를 인정한다는 건..진심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삶도, 말도, 위안도.



장녀인 나 역시 가족들의 아픈 시간속에서 버텨내고 강한 척 하는 위치에 서있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그런데 '울어라'고 얘기해줘서 울컥 울고 싶어졌다.

불화한 부모로 인해 외롭고 무섭고 견뎌야 했던 어린시절의 나, 가난을 견디기 위해,

아무도 나를 이끌어주고 막아주는 사람도 없는 을씨년스러웠던 내 젊은 날의 시간들을

견딘 나름 기특한 나에게 등을 두드려주면서 울어라고 얘기해주니 묵었던 슬픔들이

한꺼번에 와 소리를 내고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문득 혹시라도 길을 걷다가 김창옥을 마주친다면 아는 척은 하지 말아야지 했다.

이미 너무 유명해져서 자유를 잃은 그에게, 아직도 수줍음 많은 그에게서 살짝

떨어져서 하트 뿅뿅만 날리기로 했다. 아마 충분히 전해질 것이다.

은근 소심한 그가 분명 이 글을 읽으리라고 믿으면서-100%-

혹시 신인연기상같은걸 기대하지는 않으리라 또 믿으면서, 하지만 대종상은 아니고

대중상..중에서도 '감사상'은 충분하다고. 부상은 우뢰와 같은 박수로 하자고.

당신의 위로와 '잔소리'(?)로 정신차렸다고 전하고 싶다. 탱큐, 김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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