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 현대판 단테의 『신곡』 오에 컬렉션 5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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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게 누이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양인 골짜기 동네에 살고 있는 기이 형이 대규모 사업을 벌였다고 한다. 기이 형은 늘 엉뚱한 짓을 벌이는 사람이라 주변 사람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고향에서 함께 자란 기이 형과 K의 관계는 특별하다. 내성적이면서 문학적인 소년 K에게 기이 형은 스승이었고 친구였고 어린시절부터 K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K가 소년에서 성(性)에 눈을 떠가는 과정에서도 기이 형이 말하자면 스승이었다.


K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그 무렵 대학을 졸업한 기이 형은 대도시를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가업을 물려받은 후 기어이 대규모 사업을 벌이고 만다.

당시 일본은 전쟁중이었고 많은 남자들이 전장으로 끌려간 상태였다.

기이 형은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전장에 나간 남자들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점을 봐주기도 하고 소년 문학가인 K의 작품을 비평해주기도 한다.


고향의 물길을 가두는 제방을 쌓는 일은 찬성파와 반대파가 대립하게 되고 전쟁이 끝난 일본의 정세 역시 우파와 좌파가 나누어 시위와 폭력이 이어지는 중이다.

기이 형은 고향에서 근거지 운동을 펼치면서 연극무대를 올리기도 한다.

그 사이 K는 대학을 졸업하고 유명 영화감독의 딸인 오유와 결혼식을 치른다.


K는 전업작가로 돈을 벌게 되었지만 그가 쓴 몇 편의 작품이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되어 어느 출판사에서든 그의 작품을 출간해주겠다는 곳이 없다.

결국 K는 누이동생과 기이 형의 설득으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

큰 아들이 기형아로 태어나게 되고 기이 형은 병을 얻어 수술을 하게 된다.

긴 수술을 마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기이 형에게는 또 다른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이 소설이 오에 자신의 자서전인지 픽션인지 잠시 헷갈린다.

실제 이 소설의 기이 형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설의 무대나 스토리는 오에 자신이 태어난 곳이고 겪은 일들이다.

전쟁중이었던 일본, 전후의 일본의 정세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그려져있다.

아마도 오에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겪어온 시간들과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

주인공 K를 통해 자신을 덧입힌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에의 작품이 어떤 영향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도 유추해볼 작품이나 작가들이 등장한다. 오에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의 자서전 같은 이 소설을 꼭

읽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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