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철학 - 삶의 순간에서 당신을 지탱해 줄 열세 가지 철학
양현길 지음 / 진성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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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유행했던 '독고다이'라는 말이 있다. 일본어에서 왔다는데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고 홀로 지내는 사람들을 뜻한다고 한다. 유독 일본사회에서는 이런 독고다이들이 많아서 나온 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가니 결혼식보다는 장례식에 가야할 일이 많이 생기면서 이별연습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엊그제 읽은 책에서 나온 말처럼 꼭 필요한 관계가 아니라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좋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고 모임도 가졌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모임도 뜸해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번잡 스러운 것들을 좋아했던가? 사람들을 좋아하는 편이라 자주 만나 즐거움을 나누기도 했지만 막상 집에 들어가면 집순이처럼 꼼짝 안하고 홀로 있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는 편도 아니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 반려견 토리와 산책을 하는 정도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16년 전 섬으로 내려와 지내면서 이 찬란한

고독은 더 꽃을 피워서 자발적 홀로서기 보다는 유배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또래의 친구도 없고 혹 비슷한 연령대의 지인들이 있어도 뒤늦게 만난 사이에서는 절친이 되기가

무척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거의 집에서 우리 반려견들과 지내는 편이니 정말 유배생활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외롭고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텃밭을 돌보고 아이들 밥을 챙겨주고 책을 읽는 이 조용한 시간들이 감사하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서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너무 일찍 떠나버린 사람들과의 추억도 곱씹어 보면서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나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이 될지에 대한 생각도 많아진다. 누구나 언제든 닥칠 그 마지막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몽테뉴나 쇼펜하우어의 삶이나 저서, 카뮈의 작품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를 통해서도 삶의 무기력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다. 그 무기력은 외로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누군가의 보살핌도 없고 살아가고픈 의지도 없는 순간 무기력에 빠지게 되고 우울증이나 자살같은 것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인간은 기대어 살아가기 마련이지만 홀로서기 하면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주라는 공간에서 나는 고작 먼지 한 톨 정도의 존재일 뿐인데 마음속에는 흐트러지고 광할한 우주가 그득하니 말이다.

많은 사상가들이나 예술가들은 고독에서 걸작을 건져낸 경우가 많았다.

온전히 홀로 견디는 시간이 많아질 수록 나를 들여다볼 여유가 생기고 내 마음을 투영하는 작품이 창조되는 것이다. 별 것도 아닌 내 삶에서도, 지금 이 고독에서도 괜찮은 선택 하나쯤 건져낼 수

있지 않을까. 저자가 이 책에 데려다놓은 동서양 철학자들의 지혜를 들여다보면서 어쩐지 내가 멋진 철학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외롭고 고독을 즐기되 소외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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