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가게 글월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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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이끌링이 있었다. 누군가 편지를 쓰는 뒷모습. 그건 누구에겐가 마음이 향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편지 중반에 이를 때 까지도 나는 글월이라는 편지 가게가 실존하는 걸 몰랐다.

무심코 뒤쪽을 열어봤다가 글월의 실제모습과 주인공들의 편지를 보고서 놀라고 말았다.


정말 이런 가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갈 무렵 업무 일지속 하루 매상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이정도를 벌면 가게세를 내고 월급을 주고 생활비를 가져갈 수 있으려나. 실제하는 가게라는걸 알고는 더욱 안달이 났다.

돈 잘버는 아내가 있으니 조금 덜 벌어도 먹고 살 수는 있겠지. 나는 참 노파심 독자인가.


정말 손편지를 써본게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톡이나 문자로 안부를 묻고 답하는 시대이다 보니 마음에 드는 편지지는 고사하고 손에 착 감기는 펜을 가져본게 언제인지 싶다.

몇 년전인가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쓰다가 중단한 적이 있었다. 뒷심이 부족해서였다.

아님 쓸말이 그닥 없어서였나. 돌이켜보니 내 안에 고인 언어가 그 편지지에 다 담기지 못해서 였던 것 같다. 영화제작이 꿈이었던 효영이도 자신의 꿈이 다 담기는 영화를 만들 자신이 없어 포기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수많은 실수와 실패를 겪는다. 그리고 기가 막히게 그 이유를 잘도 잘도 찾아낸다.

설명이 아닌 변명같은 이유들. 효영이의 멈춤 이유중에는 완벽할 것만 같았던 언니의 배신도 작용했던 것 같다. 대한민국 최고의 학교를 나오고 대학원가지 다녔던 언니. 누가봐도 성공의 길만 달릴 것 같았던 언니가 사기를 당했다. 사업뿐만이 아니라 사랑까지도.

어려운 부모에게 빚까지 남기고 사라져버린 언니는 효영에게 편지를 보내온다. 효영은 편지를 열어보지도 않은 채 언니의 배신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글월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고 받은 사람이 누구일지 모르는 편지를 쓰기도 한다.

오히려 그래서 더 솔직해지고 깊어지는 편지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누구에겐가 닿은 편지는 위안이 되기도 하고 해답을 찾는이에게 길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글월의 사장 선호는 소설속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뜻이겠지.

연기 지망생이었다가 포기하고 자신의 꿈을 좇아 글월을 연 인물. 참 궁금해지고 만나고 싶은 인물이다.

손편지가 귀하게 된 시절에 이런 가게를 열 생각을 했을까.

그래서 나같은 현실적인 독자에게 하루 매상을 걱정하게 만들었을까.

하지만 선호가 글월이라는 편지가게를 열어줘서 참 감사했다.

어딘가에 닿지 못하는 사람들이, 닿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에게 길을 찾아주는 것만 같아서이다.

세상은 이래서 돌아가는 것 같다. 누군가는 꼭 필요한 일을 찾아내서 결국을 하고 말아서.글월이 탄생했고, 이 소설이 탄생했다.

글월의 편지를 묶어서 아름답고 감동적인 소설을 만들어낸 작가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이 서평은 선호에게, 효영에게, 그리고 작가에게 보내는 내 편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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