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윤여준 지음 / 다그림책(키다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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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까지 사는 세상이 왔다는데 기뻐하기만 하기엔 시간이 두려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조로(早老)한 세상이 오면서 50대 후반이면 명예퇴직을 강요당하고 버틴다해도 60세 초반이면 사회생활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정말 열심히 가족의 생계를 위해 열심히 살았을 아빠가 어느 날 퇴직을 합니다.

아마도 몇 년 더 일하고 싶었을겁니다. 규정이 그러니까, 그리고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의 압박도 부담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빠는 멋지게 양복을 입고 가방을 들고 아침에 출근하는 모습이 멋있었고 언제까지 그럴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퇴근하는 날, 하필이면 비까지 추적거리는 날, 고작 한 상자로 몇 십년의 흔적을 들고오는 아빠의 모습이 쓸쓸해보입니다. 우산을 씌워주려는 딸에게 우산도 적은데 뭘, 아빠는 괜찮다...

하십니다. 아빠는 늘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 뭐든 자식들이 먼저였고 나는 괜찮다고. 그래서 우리들은 아빠는 다 괜찮은줄 알았습니다.


백수가 된 아빠는 처음에는 편하게 잘 지내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를 대신해서 장도 보고 집안 살림도 하고 TV도 보면서 오랫만에 휴식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아빠의 날들이 지루해지고 남은 가족들은 조금 부담스럽다고 느껴집니다.


안기르던 꽃화분을 기르고 재취업도 알아보고 간간히 등산도 가고 친구들도 만나는 것 같지만 왠지 기가 꺽여보이는 모습은 저만 느끼는 것일까요.

아직 아빠는 너무 젊은데...그동안 쌓아놓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있기만 한다면 아빠는 시든 이파리가 싱싱해지듯 그렇게 살아날 것만 같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인 아빠는 가난을 이기고 오로지 가족을 위해 헌신해오신 분입니다.

아직 부양해야할 부모님도 살아계시고 결혼하지 못하고 독립하지 못하 자식들 건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사회에서는 그만 일하라고 등을 돌립니다.

집에서 살림만 하기에는 남은 시간들이 너무 길어졌는데 그런 아빠의 등을 바라보면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았고 늘 괜찮을 것 같아서 가끔은 잊혀졌던 아빠의 안부를 물어봐준다면 조금쯤 힘이 나지 않을까요? 잘 먹지 않았던 아침밥도 맛있게 먹어주고요.

주말이면 불러내서 같이 영화도 보고 산책도 하면 즐거워하시지 않겠어요?

너무 일찍 젊음을 내려놓으라는 사회에서 떠밀린 아버지에게 보내는 따뜻한 화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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