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집
현이랑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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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못하는 새들이 있다. 분명 과거에는 날았을 새들인데 날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날아오르는 걸 잊은 새들이다.


남편 직장을 따라 지방의 단독주택에 살던 은주는 딸 지안과 함께 초월시 30년이 다된 공작성운아파트로 이사한다. 아직 집이 팔리지 않아 월세로 얻은 집이었다.

평수도 너무 작아서 답답하기는 하지만 지안이의 교육을 위해 결단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사를 온 첫날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검은 우비를 쓴 사내가 뒤를 쫓지를 않나 이웃주민 남자가 투신을 하지 않나.


초월시는 과거 신도시로 인기가 있었으나 이제는 노후한 아파트 단지다. 재건축 움직임이 일어나고 집값이 오르는 중인데 은주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부동산 투자에 성공했다는 전직장 선배의 발걸음을 쫓기로 한다. 월급을 모아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애초 신혼초기에 단독주택이 아니라 아파트를 샀었야했다. 갭투자를 해서라도 따라 붙어야겠다고 결심한 은주는 부동산을 쫓아다니며 있는대로 대출을 일으켜 집을 장만하기 시작한다.


그러는 와중에도 아파트에는 심상치 않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아파트 동대표 선거부터 집값 떨어뜨리는 행동을 하지말라는 협박에 길고양이들의 죽음. 그리고 본드를 탄 음료를 마신 할머니들의 병원행까지 마치 일부러 사건을 일으키는 범인이 있는 것만 같다.

아파트 복도에는 검은 우비를 쓴 남자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고 회색 코트를 입은 누군가가 캐리어를 끌고 돌아다니기도 한다. 아파트 주민사이에 귀신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돌았다.


은주가 사는 초월시에 대기업 본사가 이전해온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은주가 사 놓은 아파트들이 오르기 시작한다. 아 이래서 부동산 투자를 하는구나, 은주는 대출을 더 일으켜 집을 더 사놓으려고

하지만 한도가 넘쳐 불가능하다. 몇 채만 더 사놓으면 몇 천, 몇 억은 따놓은 당상인데...

은주는 욕망에 휩쓸려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대기업 본사 이전이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동산 가격은 급강하한다. 은주는 이제 몇 십장의 집문서를 지녔지만 옥상에서 뛰어내린 남자의

심정이 이해되었다.

아마 대한민국처럼 부동산투기가 성행한 곳이 있을까 싶다.

지금도 전세사기에 모든걸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깡통전세에 멍드는 세입자가 한둘이 아니다. 과거 대한민국 경제가 용트림을 하던 시절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 복부인들이 있었다.

지금도 곳곳에서 집없는 사람들의 피를 빨아대는 거머리같은 인간들이 수두룩하다.

화려한 깃을 가졌지만 날아오르지 못하는 공작새처럼.

그런 새의 이름을 가진 공작성운아파트의 사람들은 언젠가 날아오를까.

부동산투기로 쓴맛을 본 은주의 실패담이기도 하지만 미스터리한 사건의 비밀을 따라가는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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