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노모는 혼자 남아 살아갈 늙어가는 딸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겠지만 살아보니 누가 곁에 있어도 외롭고 때론 성가실 때도 많다. 다만 나 역시 이러저러한 치료를 위해 병원을 드나들면서 보호자역할을 하는 자식이 있음을 감사한 순간이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면 나는 결혼은 안해, 물론 자식도 안낳을거고...그러다가 오십, 육십, 칠십에 혼자 병원을 들락거리는 내모습을 상상하면 조금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마흔 언저리에 다다른 딸내미는 강아지만 우쭈쭈 끼고 살면서 연애도 안하고 결혼은 아예 꿈도 꾸지 않는데 나는 결혼하라고 닥달하지 않는다. 다만 연애는 좀 해보지 그래.
저출산문제가 심각한데 그 전에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부터가 문제다.
물론 혼자, 제대로 잘 살 자신이 있다면 독신으로 사는 것도 찬성이지만 경제적, 정신적으로 준비가 잘 되어 있는지, 잘 할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짱짱하던 몸도, 마음도 나이들어 느슨해지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지거나 의지해야만 하는 일들이 생기게 된다. 오십이면 결혼에 대한 생각은 아예 접었을 것이고 슬픈일이겠지만 언젠가
노모도 떠나고 나면 진정한 '싱글'이 되는데 그 때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아마 본인이 제일 많이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절대, 네버, 오지랖 넓은 꼰대가 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생긴다. 오십의 고개를 넘어서면 무릎이 시려오는 육십이 있고 마음이 시려오는 칠십이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잘 기억했다가 씩씩하게 잘 넘어오시길...
인생에 대해, 나의 오십에 대해 추억해보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