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척해도 오십, 그래도 잘 지내보겠습니다
서미현 지음 / 그로우웨일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은 공평하기 보다는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나마 딱 공평한건 바로 시간이다.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 주어졌고 다만 그 시간을 12시간만큼 쓰거나 48시간만큼 쓰는 재주는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하나 바로 늙어가는 일이다.


물론 이 늙음도 누군가에게는 살짝 비켜가기도 해서 동안으로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팔십먹은 노인이 이십세처럼 보이는건 아니니까 비교적 공평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인간의 수명이 40세정도인 시대도 있었다지만 지금은 100세시대라고

말한다. 아마도 20~30년 후면 150세 시대가 올지도 모를일이고.

암튼 지금 시점으로 오십이라면 딱 절반의 삶을 산 셈인데 노년은 물론 아니고 중년이라고 표현하면 될 나이다. 나도 그 나이를 지나왔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지나갈 고개, 오십!


공평한 시간이지만 나이대별로 실감되는 속도감은 좀 다른것 같다.

20, 30대의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간것 같았고 마흔쯤 다다르니 조금 여유를 느낀 것도 같았다. 오십에 이르렀을 때, 아마 이 때가 인생의 가장 큰 고비였던 것 같았다.

일단 신체적으로 여러가지 노화현상이 느껴지는데 가장 큰 이상이 바로 갱년기이다.

열감을 느끼거나 불면을 느끼고 심지어 우울증까지 손붙잡고 같이 온다.

중년의 끄트머리여서 그랬을까. 숫자에 6자가 붙을 때까지 이상하게 불안한 시간들이었다.


여기 한 때는 잘나가던 카피라이터였고 지금은 환자돌보미에 주부에 열일하게 된 오십의 언니가 겪는 오십의 고개는 어떤 색인지 호기심으로 선택한 이 책을 읽으면서 꽤 많이 웃고 꽤 많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피라이터 출신답게 글이 간결하면서도 한 방의 유머가 있었다.

자조적인 곁들임같은 넋두리글에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쿡쿡 웃음이 터져나와 쑥스러워지기도 했다. 그녀의 오십은 처량하지도 않았고 가끔은 독박주부일에 열일하기도 하고

투석치료를 해야하는 팔순의 엄마를 돌보며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다정스럽게 다가왔다.


병든 노모는 혼자 남아 살아갈 늙어가는 딸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겠지만 살아보니 누가 곁에 있어도 외롭고 때론 성가실 때도 많다. 다만 나 역시 이러저러한 치료를 위해 병원을 드나들면서 보호자역할을 하는 자식이 있음을 감사한 순간이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면 나는 결혼은 안해, 물론 자식도 안낳을거고...그러다가 오십, 육십, 칠십에 혼자 병원을 들락거리는 내모습을 상상하면 조금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마흔 언저리에 다다른 딸내미는 강아지만 우쭈쭈 끼고 살면서 연애도 안하고 결혼은 아예 꿈도 꾸지 않는데 나는 결혼하라고 닥달하지 않는다. 다만 연애는 좀 해보지 그래.

저출산문제가 심각한데 그 전에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부터가 문제다.

물론 혼자, 제대로 잘 살 자신이 있다면 독신으로 사는 것도 찬성이지만 경제적, 정신적으로 준비가 잘 되어 있는지, 잘 할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짱짱하던 몸도, 마음도 나이들어 느슨해지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지거나 의지해야만 하는 일들이 생기게 된다. 오십이면 결혼에 대한 생각은 아예 접었을 것이고 슬픈일이겠지만 언젠가

노모도 떠나고 나면 진정한 '싱글'이 되는데 그 때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아마 본인이 제일 많이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절대, 네버, 오지랖 넓은 꼰대가 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생긴다. 오십의 고개를 넘어서면 무릎이 시려오는 육십이 있고 마음이 시려오는 칠십이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잘 기억했다가 씩씩하게 잘 넘어오시길...

인생에 대해, 나의 오십에 대해 추억해보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