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엄마 그리고 나
양정훈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넘길 때마다 마음이 아파왔다. 아마도 난 이 책의 끝에서 슬픔과 마주할 것이라는 예감때문에 점점 속도가 더뎌졌다. 결국은 그렇게 될거야.


전쟁이후 너무 가난했던 시절에 시골 어딘가 빈곤한 집에서 태어나 먹을거리를 걱정하던 소녀.

대전 시내로 나아가 자유를 맛보고 싶었던 순진했던 처녀는 부모가 정해준 짝을 만나 결혼하고 다시 가난한 아내의 삶을 살게 된다. 좀 더 행복한 시절에 태어나지. 조금은 부잣집에 태어나지.

공부도 많이하고 멋진 직업도 가져보고 그렇게 살다가도 후회가 많은게 인생이던데..


현생의 고통은 전생에 업을 닦는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지 싶네.

이름도 생소한 악질암을 만나서 이렇게 고생을 하고 가야만 하다니. 엄마도 힘들고 지켜보는 아들도 힘들고. 처음에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이름이 남자같기도 한 사람도 있을거라 생각했다.

한참을 읽다가 저자가 남자임을 알게되었다. 엄마가 아들앞에서 옷을 벗는게 부끄러웠다고 하는 부분에 와서야. 왜 딸일거라고 생각했을까. 이렇게 감성적이고 애틋한 보살핌을 할 수 있는건 아들보다는 딸일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하필 그것도 코로나 팬데믹 시절에 병원에 입원하고 치료를 받아야 했다니 얼마나 더 고단했을까.

지금 한창 벌어지는 의료분쟁중 하나의 문제가 바로 진료시간때문이다.

2~3시간 기다려 겨우 5분정도의 진료를 받아야 하는 현실. 그것도 감사하다고 여겨야 하는 환자나 보호자들의 간절함을 차가운 몇 마디로 내뱉는 몰인정한 의료진들.

피곤해서 그렇겠지. 그러니까 안 피곤하게 하루에 보는 환자수를 줄여보자구.

화가 났다. 고통에서 허우적 거리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이런 불친절과 무배려라니...


2년이 넘는 엄마와의 동행이 너무 아프고 감사했다. 엄마는 열 자식을 키우지만 어떤 자식이 이렇게 애틋하게 엄마를 보살필 수 있을까. 고통에 몸부림 치는 엄마를 보면서 가슴은 또 얼마나 무너져

내렸을까. 차라리 항암을 받지 말고 좀더 일찍 호스피스 병원으로 향했다면 좀더 고통스럽지 않고 떠나지 않았을까. 아마 나도 저자처럼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와 미련이 남았을 것이다.

어떤 선택도 엄마를 죽음으로부터 구해내지 못했다. 그러니 자책하지 말고 아프지 말고 일어서기를.

아직 죽음을 얘기하기엔 이른 내 나이 또래 친구중 재작년 먼저 떠난 친구가 그랬었다.

'밥먹고 오줌누고 방구끼는 아주 사소한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이제야 알았어'.

말기암으로 오줌을 누는일도 힘들어지는 상황이 되면서 평소 아무렇지도 않았던 사소한 모든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달았다고 했다.

읽는 내내 엄마의 죽음이 다가오는 걸 느끼면서 마지막장으로 향하는 길이 두려웠었다.

누구나 죽음은 오지만 이렇게 고통스럽게. 너무나 모진 세월을 견디고 착하게 살아본 분에게 이런 마지막은 아니지 싶어서.

그걸 곁에서 지켜보고 견뎌야했던 아들에게 감사의 마음과 응원의 마음을 함께 담아 보낸다.

그만하면 최선을 다한거라고. 아파하지 말라고. 그리고 멋진 글 기대한다고. 특히 시들이 참좋았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