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게 나이 드는 기쁨
마스노 슌묘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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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나이는 공평하게 먹는다.

언젠가는 온 곳으로 돌아가는 것도 공평하다.

회갑잔치가 동네잔치였던 시절은 이제 아득하고 100세 시대에 이르고 보니 주변에 젊은 사람들 보다는 나이 든 사람들이 더 눈에 많이 띈다.



이런 나 역시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나 가장 많은 나이대라는 60대에 이르렀다.

세간에 나이만큼 시간의 속도감을 느낀다고 하더니 일주일, 한 달이 너무 빨리 지나고 심지어 일 년 조차도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 때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어쩌랴. 나이는 들었고 여기저기 아픈 곳은 많고 행동은 느려지고 사고 역시 예전같지 않음을 절실하게 느끼면서 나이들어감의 서글픔이 밀려온다.


반려견 토리는 꼭 외부에 변을 보는 습성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집밖으로 산책을 나가야

하는데 매번 옷 갈아입는 것도 귀찮아 그냥 입던 옷에 덧옷 하나만 걸치고 나가곤 하는데

스님의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든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왜 늙은이들은 저렇게 다 추레하고

냄새나고 느린건지 한심하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그 나이에 이르고 보니 정말 후회가

밀려온다. 바로 내가 그 늙은이 모습이 된 것이다.


가끔 말끔하고 고상하게 늙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절로 경외의 마음이 들어가는데 나는 왜 이렇게 멋지게 나이들지 못했나 자책감이 밀려왔다. 좀 더 깔끔하고 우아하게 늙어가야 할텐데.

이제 누가 나를 쳐다봐주랴 싶기도 하고 여기저기 몸이 아프니 모든게 귀찮아진 것 같다.

그나마 좋아하는 책을 돋보기 없이 볼 수 있다는게 큰 행복이라고나 할까.

덕분에 스님의 이 좋은 말씀도 유리알 너머로 보지 않고 직접 만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원시 시대의 어느 동굴에서도 '요즘 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낙서가 있다고 하던가.

어느 시대이든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 그 버릇없던 젊은 것들이 이제 늙은이가 되고 보니 버릇 없는 젊은 것들이 눈에 더 들어오고 쯧쯧 혀를 차게 된다. 나도 그랬다는 것은 이미 잊은지 오래인 것이다. 나이 먹을 수록 잔소리를 줄이고 지갑을 열라는 말이 그래서 생긴 것 같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우리 시대보다 배운 것도 많고 뭐든 빠르기 때문에 분명 배울점들이 있다.

'가르친다'가 아니라 '배운다'라는 식으로 발상을 바꾸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최근에 눈에 띄는 책들을 보니 주로 어떻게 늙어가고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하는 문제를 다룬 것들 이었다. 그만큼 나는 이제 살 날 보다는 죽을 날이 더 가까운 나이가 된 것이다.

빠릿하고 똑똑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여지없이 늙음은 나를 무디게 만들고 이기적으로 변화시킨다. 어떤 점에서 내려놓은 것들도 있지만 더 고집스러워진 점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거울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우아하게 잘 늙어갈 것인지 되돌아본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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