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5km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PCT를 걷다
남난희.정건 지음 / 마인드큐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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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쯤 거래은행에서 건강적금을 권유받았다. 일정기간 걷는 횟수에 따라 금리를 올려준다는 적금이었다. 이런 적금이 나왔다는건 요즘 사람들이 그만큼 걷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일단 가입을 하고 보니 잠깐만 바깓에 나갈일이 생겨도 핸드폰을 챙겨 걸음수를 올린다.  마음같아서는 백두대간까지는 아니어도 서울 도성길이라도 차복차복 걸어봐야지 마음먹지만 아직도 운동화끈을 묶지 못하고 있으니 스스로도 참 한심한 일이다.

 

 

4285km라고 하면 과연 어느 정도의 거리인 걸까.

쉽게 생각하면 서울-부산간 거리가 470여km라니 거의 열배에 달하는 거리라고 짐작해본다.

과거 이 거리를 걷는 시절이라면 한달 쯤 걸릴 거리이려나.

암튼 서울에서 안양정도로 걷겠다고 생각해보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만으로도 겁이 난다.  그런 거리를 걷은 여성들이라니...참 놀랍고 대단하지 않은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왜 내려올 산을 올라가냐고 물으면 산이 거기 있어서라고 했다더니 여기 이 책의 저자들에게 왜 걷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정복욕구? 기대감? 종착지에 도착하고 나서의 성취감?

아마 여러가지 마음이 복합되었을 것이다. 백두대간도 이미 정복한 사람이지만 PCT를 정복하다니 나에겐 달나라에 다녀온 정도의 경이감이다.

 


 

어떤 길이든, PCT든, 산티아고 순례길이든 길은 인생을 닮았다.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사막도 있고 숲길도 있다. 야생동물을 맞닥뜨리기도 하고 부상의 위험도 있다. 실제 이 에세이에 그런 사연들이 그득하다.

 

 

이 여행에세이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하이커들의 도전기보다 그들을 돕는 엔젤들의 이야기였다.

세상에 아무 댓가없이 이동을 돕고 숙박을 제공하는 사람들이라니.

어떤 마음을 가졌기에 이런 아름다운 일을 하는지 정말 감동적이었다.

세상에는 이렇게 나눔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 여전히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기후위기로 폭풍도 홍수도 가뭄도 일상이 된 시절에 PCT길을 걷을 결심을 한 사람들에게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곳곳에 화재의 현장을 만났다고 했는데...

 

이미 누군가 수없이 스쳐간 길도 처음 걷는 사람들에겐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가 있을 것이다. 누구보다 많이 걷고 많이 보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하이커들에게 경외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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