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아라한의 버튼

아라한의 버튼
홍단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12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인간은 업을 소멸하지 않으면 끊임없는 윤회의 고통에 갇혀

나고 죽는 것을 반복한다는 것을 믿는다.

정우는 젊은 나이에 억울한 죽음을 맞는다. 가난했지만 열심히 살았던 가족들과

이별의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절친인 준혁의 욕심으로 인해 추락사를 당한 것이다.

정우는 원한이 남아 저세상으로 향하지 못하고 아라한으로 남는다.

아라한은 이승에서 누구가를 증오하는 사람들의 복수를 이루어주는 일을 하게 된다.

인간은 누구든 증오하는 대상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인간들에게 황금버튼을 내밀어

누르게 하면 복수를 이루어지지만 또 다른 업이 쌓이게 되고 또 다시 증오가 무한반복되기 마련이다.

 

아라한은 그런 인간들을 찾아내어 버튼을 누르게 한다. 증오에 눈이 먼 인간들은 자신의 복수를 위해 망설임 없이 버튼을 누르게 되고 잠시 복수에 대한 희열을 느끼지만 그 복수가 다른 증오가 되어 자신을 향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그렇게 버튼을 누르는 인간이 많아질 수록 아라한의 손에는 고운 연꽃이 피어나게 된다.  성불을 하게 되는 연꽃이.

 

아라한은 정우였을 때의 기억을 잊지못해 가끔 준혁을 찾아간다. 준혁은 살인죄로

복역하고 나와 친구를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고통스럽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아라한은 그런 준혁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자신을 죽인 인간이기에 절대 행복해지면

안된다고 믿기에.

거의 모든 인간들은 자신이 가진 것 외에 더 많은 것들을 누리려고 욕망에 휘둘리고

자신의 길을 방해하는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증오의 칼을 들이댄다.

하지만 망나니 오빠로 인해 자신의 삶마저 희생되는 지민은 달랐다. 아라한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지민은 끝내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아라한은 그런 지민의 가족을 보면서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낀다. 업을 쌓에 도와주는 일이.

죄책감을 인해 자살을 하려는 준혁을 구하고 지민을 통해 아라한의 버튼에 회의를 느껴 영원히 밀봉하리라 강에 뛰어든 아라한. 이제 성불이 눈앞인데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한 아라한은 소멸될까.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인간세상의 희로애락과 오욕칠정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 역시 증오가 들끓어 복수하고픈 인간들이 수없이 많았다.

아마도 아라한을 만났다면 망설임없이 버튼을 눌렀을 것이다. 어쩌면 기억하지 못하지만 버튼을 눌렀고 누군가 댓가를 치뤘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 생에 다시 업이 쌓였을수도.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희생과 용서만이 윤회의 사슬을 끊어내는 것임을 다시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