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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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어차피 홀로 걸어가는 길이다.

가끔은 누군가 손을 잡아주기도 하고 이끌어주기는 하지만 결국 홀로 태어나 홀로

걸어가다 홀로 떠난다. 운명적으로 인간은 외로운 존재인 것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유독 외로움을 많이 타서 사는 동안 끊임없이 반쪽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그 반쪽이 꼭 사람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예술일수도 있고 문학일수도 있고 종교일 수도 있다.

 

 

나는 이 작가를 무척 아끼지만 때로는 매를 들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누구보다 따뜻한 집안에 태어나서 누구보다 뜨거운 삶을 살았고 누구보다 돌을 많이 맞았던 이였다.

세 번의 결혼이, 세 번의 이혼이 그녀를 아프게 했고 아이러니하게도 성장시킨 이유이기도 했다.

나는 그녀의 가슴속에 뜨거운 뭔가가 있다고 믿는다. 그게 학생운동으로, 이른 결혼으로,  또는 여러번의 이혼과 글로 평범치 않은 삶을 이끌었다고.

 


 

그녀가 가끔은 물에 내놓은 애처럼 위태로워 보일 적이 있다. 그 뛰어나 능력으로 길이 남을 작품에만 몰두하면 안되나 하는 아쉬움. 돌에 맞아 피가 철철 흘러나오는데도 그침이 없어 조마조마한 마음들. 도대체 그녀의 그 뜨거움은 언제나 식을 것인가.

들끓던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지리산 언저리로 자리를 잡았다고 하고, 언젠가 내가 사는 섬에도 다녀갔다고 하고, 몇 년 소문없이 조용해서 이제 평화를 찾았나 싶었다.

 


 

'봉순이 언니'나 '고등어'처럼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나 '도가니'같은 사회적 이슈를 이끄는 작품은 정말 문학가로서의 그녀를 빛나게 했다. '수도원 기행'이나 '높고 푸른 사다리'같은 짙은 종교적 작품에서는 그녀의 뜨거운 가슴에도 종교가 들어가 자리할 수 있구나 싶어 놀라웠다.

사실 종교란 순종이나 선함 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전투가 같은 문학가 가슴에 각인될 수 있다는게 나는 믿어지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어쨌든 공지영은 세례명 마리아인 카톨릭 신자이다.

 


 

내가 그녀의 문학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들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썼던 에세이집들이다.

누구나 궁금했고 비난했던 결혼과 이혼, 성이 다른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느꼈던 어려움들은 속임없이 꾸밈없이 공지영답게 드러냈기 때문에 나는 만난적 없는 사이임에도 오랜 친구같은 느낌을 받았다. 결국 어느 작품 사인회에서 그녀를 만났고 고운 모습과 딱부러지는 말투가 참 마음에 들었었다. 그래서일까. 가끔은 그녀의 뜨거운 전투력에 대한 소식이 들릴때마다 걱정스런 마음과 애틋함때문에 속이 상했다.

 

거센 바람에 뒤집어진 진흙탕도 고요해지만 진흙이 가라앉고 맑은 물이 떠오른다.

지리산 자락에서 이제는 맑은 물만 고인채 잘 살아가기를 바랬는데 그녀를 다시 세상밖으로 이끌어낸게 바로 그녀가 믿는 신이었던 모양이다.

지금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도저히 신이 탄생한 곳이라고 믿기 어려운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성경속에 그려진 장소들을 하나씩 방문하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녀는 성격대로 종교도 그냥 적당히 마음에 들인게 아니고 심지어 이것마저도 전투적이다.  어쩌면 성격속 사실과 인물들에 대한 공부를 그리 많이 했는지.

 

그나마 거친 그녀의 인생에 그녀가 믿는 신이 있어 다행이다. 그녀를 안심시키고 숨고르게 하는 힘이 있어서다. 뜨거운 사랑뒤에 오는 외로움은 더 고독하다.

환갑을 맞은 그녀가 공동백과 함께 지리산에서 더 평화롭게 행복한 삶을 살기를...

그리고 신이 주신 능력을 아낌없이 다 내어놓을 수 있기를...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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