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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스 구단 미해결 사건집 ㅣ 몽키스 구단 에이스팀 사건집
최혁곤.이용균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12월
평점 :
흔히 야구를 인생과 닮았다고 한다. 오래전 처음 프로야구가 생기던 무렵 나는
MBC청룡야구단의 팬이 되었다. 그전에는 고교야구가 인기여서 여고때 동대문운동장을 여러번 갔던 기억도 있다. 지금은 그저 어느 구단이 올 시리즈우승을 했나 정도의 관심만 남았다.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 인생의 여러모습을 담은 소설이라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전직 스포츠기자였지만 현재는 몽키스 구단에서 단장 직속 에이스팀 일명 '고충처리반'
소속이 된 신별. 대학 동창인 구단장 홍희의 연줄로 맡은 자리다. 말하자면 낙하산인
셈이다. 할 일의 구분도 명확치 않다. 선수들 컨디션은 물론 혹시라도 구단에 누가될
스캔들관리까지 무궁무진한데 직원이라고는 전직 경찰 출신의 기연이 전부이다.
신별에게는 오래된 숙제가 하나 있다. 1998년 한국시리즈에서 벌어진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되어 실종되었다가 주검으로 발견된 아버지 사건이다.
여전히 미제로 남은 사건을 가슴에 품은 채 몽키스 구단에서 여러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프로구단에서 육성선수로 등록되어 고작 한 경기만을 뛴 채 묻혀버린 김동식.
그가 일반인야구팀을 가르치던 야구장 컨테이너 사무실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얼마전 야구팀 감독으로 일하다 실종되었던 김동식의 아버지 김구조역시 백골로 발견된다.
사설야구장을 운영하던 소유주 권태술이 범인일까. 아니면 오래전 그와 같은 고등학교
소속 동료였던 에이스 민요석일까. 범인은 전혀 다른 인물이었지만 김동식이 죽던날 밤, 왜 민요석은 김동식이 머무는 근처에서 서성였을까.
야구단 주변에는 여러 사람들이 활동한다. 선수는 물론 구단사람들과 선수들을 사냥하는 사람들, 심지어 승부를 조작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까지 그야말로 온갖 군상들이 등장한다.
또 그런 사람들 밑에서 부스러기를 챙기는 쓰레기도.
야구를 좋아하지만 내밀한 세계까지 몰랐던 내가 가장 감동스러웠던 부분은 은퇴식에서 자신이 섰던 마운드를 손질해주던 이름없는 관리자의 공을 잊지 않겠다는 마지막 인사말 이었다. 실제 현대 야구에서 최고의 그라운드 키퍼로 평가받는 보사드라는 인물의 이야기 에서 그가 야구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은 우리가 어떤 점을 주목해서 바라봐야 하는지, 인생의 또다른 답변을 보는 기분이었다.
결국 신별의 아버지 사건은 극적인 드라마로 막을 내리고 야구장의 야구는 계속된다.
우리네 인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