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변호사 윌리스가 어느 날 갑자기 죽었다.
일벌레에 인간미라고는 조금도 없었던 사람이라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이라고는
그와 함께 동업했던 동료와 전부인인 네이오미뿐이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영혼을 거두러 온 사신인 메이도 함께 했다.
물론 윌리스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사신인 메이가 자신의 영혼을 거두러 왔다는 것도
믿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메이는 윌리스를 찻집으로 데려갔다. 건축학적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저 표지속 이상한 찻집으로. 차를 파는 곳이지만 실제 하는 일은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영혼이 잠시 머무르는 카론의 나루터로.
찻집의 주인은 휴고였다. 사랑하는 부모님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극심한 슬픔으로 괴로워
하던 휴고에게 나루터의 사공이 되어달라고 일명 관리자라는 자가 찾아와 제안했다.
휴고는 혹시 사공일을 하면 사랑하는 부모님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해서 제안을 수락한다.
하지만 아직 휴고는 부모님을 만나지 못했다. 이승에 남을 일말의 아쉬움도 없었던 부모님은
문을 열고 다른 세상으로 곧장 향했기 때문이다.
윌리스는 이 말도 안되는 찻집이 자신의 마지막 안식처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휴고의 할아버지 넬슨 역시 오래전 죽었지만 홀로 남겨질 손자 휴고를 돌보기 위해 아직
다른 세상의 문을 열고 나가지 못한 채 찻집에 머무르고 있었다. 휴고의 반려견 아폴로와
함께. 휴고는 평소에는 찻집일을 돕는 메이와 함께 차를 끓이고 손님을 받고 있다가
윌리스가 방문하가 그를 도와 다른 세상의 문으로 인도하려 하지만 윌리스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고집을 피우자 찻집에 머물도록 도와준다.
아마 누구든 그렇지 않을까. 일단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분노하다가 결국
수긍하고 다른 세상의 문을 열게 되는 과정들.
특히 윌리스처럼 몰인정하고 고집스런 인간에게는 이런 과정이 더 길어질 터였다.
하지만 윌리스는 점차 넬슨에게, 아폴로에게, 메이에게, 휴고에게 점차 동화되면서
자신이 살아온 잘못된 시간들을 돌아보게 된다.
동양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강을 건너 저승으로 향한다는 믿음이 있다.
서양에서는 천사나 사신을 따라 천국이나 지옥으로 향한다고 믿는다.
이 소설에서는 그 과정의 사이에 찻집이 있고 아직 망설이는 영혼을 이끌어 주는
휴고와 같은 사공이 있다고 말한다.
아마 이 가정은 결코 증명되지 못할 것이다. 죽어야만 알게될테니까.
인간답게 살지 못했던 윌리스는 죽어서야 인간성을 되찾고 문을 열지 못하고 허공을 맴도는
불행한 영혼을 위한 일을 하게된다. 왜 우리는 살아서 자신의 죄를 깨닫지 못하는지 윌리스를
보면서 반추하게 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언젠가 휴고와 같은 사공이 운영하는
찻집으로 인도될 터이다. 누구든 이 소설을 읽고 이승에 아쉬움이 없게 잘 살다가 기쁜 마음으로
다른 세상의 문을 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