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삭제, 하시겠습니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8
남세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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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억은 생각나지 않아서, 어떤 기억은 지워지지 않아서 힘들 때가 있다.

좋았던 기억보다는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들은 영 지워지지 않는다.

기억을 선택해서 지우고 살려내는 기능이 있는 기계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입학식이 거행되고 있는 일상고등학교 체육관.

유수현은 오른쪽 귀뒤쪽에 설치된 뉴럴 소켓에 학교에서 나눠준 시냅스칩을 꽂는다.

입학식에 대한 정보가 인식된 칩이다. 과거처럼 인쇄된 안내문이 사라진지 오래다.

교과서도 이 스냅스칩을 이용해 소켓에 꽂기만 하면 기억으로 저장된다.

필요할 때 마다 꺼내쓰면 된다. 편리한 세상이 왔다.

 


 

수현이가 사는 구역은 걸어서 30분거리. 분명 부모님이 있었을텐데 어쩐일인지 기억에는 없다. 그래도 불편함이나 그리움같은 것은 없다. 수현에게 어린시절의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

집과 학교를 오가고 모든 생활용품은 적절한 시기에 지급되는 아주 편리한 일상만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준 미션수행을 위해 산책을 하던 중 이상한 골목길로 사라지는 소녀를 발견하고 뒤를 쫓게된다. 백소희. 같은 고등학교 동급생인 그녀가 사라진 골목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몇 번을 다시 돌아가봐도 소녀가 사라진 골목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래전 수현이의 부모가 심어준 것으로 여겨지는 소켓은 구형으로 속도도 더디고 업데이트도 힘든 기종이다. 그런데 이 소켓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꽤뚫는 재주가 있는 모양이다.

소녀가 사라진 골목을 더듬던 수현은 희미한 흔적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마주친 서혜나와 백소희, 고민중.

그들은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다. 다른 세상을 사는 것 같은 그 애들을 통해 수현은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10년 전 수현이 살던 도시에 운석이 떨어졌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살아있는 사람을 세는게 떠 빠를 정도로. 하필 운석이 떨어진 자리는 디바인연구소였다.

디바인 연구소.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는 곳.

연구소의 목적은 사고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다시 힘을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위한 연구소. 하지만 그 연구소는 인간의 기억을 삭제 시키고 인간을 로봇처럼 만들고 말았다. 사회에 역행하는 사람은 가차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유령이 되었다.

 

디바인의 수장이었던 이사장은 수현을 데려와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준다.

그 기억속에는 수현의 아버지와 디바인 연구소의 비밀이 숨겨있었다. 기억을 삭제하는 능력을 권력을 위해 쓰려는 사람들과 맞서는 소년, 소녀들의 활약이 재미있다.

그리고 정말 언젠가 이런 세상이 오게 될까봐 두려웠다.

'기억조작단'의 등장은 인류에게 희망일까 절망일까. 아님 종말을 향한 스모킹 건이 되는 것은 아닐까. 혜나가 명명한 작정명 '판도라'처럼 마지막에 기어이 '희망'이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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