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고통 - 거리의 사진작가 한대수의 필름 사진집
한대수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대수'라는 가수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대략 나이가 중년이후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세대일수도 있고.

그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보헤미한이다. 멀리서 보는 그의 삶이 그러했다.

 

 

어느새 만 75세의 나이에 이르렀다니 나도 그와 더불어 나이가 꽤 들었다는걸 깨닫는다.

원래 예술가들은 좀 괴팍하다고 해야하나.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살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안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써서 그렇지 그는 평생 정착하지 못하고 어딘가를 떠도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타고난 방랑벽이라고 해야할지 역마살이라고 해야할지.

 


 

 

가수 한대수가 사진에 조예가 깊은건 몰랐었다.

이 책은 그의 사진과 살아온 이야기가 담담히 그려져있다. 첫 장을 여는데 들어온 이 글이 가슴을 때린다.

'우리는 모두 삶이라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우리가 태어나고 삶이라는 고통을 짊어지게 된 것은 천형이라는 뜻인걸까.

흔히 말하는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현생에 인간으로 태어나 '삶'이라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것일까. 철학적 비유이지만 우리의 삶을 가장 적절하게 비유한 문장이라는 생각이다.

 


 

 

그의 긴머리는 세상을 향한 외침, 거부, 반항, 조롱같은 것들이 깃든 것 같아 보인다.

사실 그는 노래 잘 부르는 가수라기 보다는 철학자같은 느낌이 더 강한 순례자처럼 보였다.

그의 노래 가사가 그랬다. '물 좀 주소', '행복의 나라로'같은 가사는 노래라기 보다 삶의

시위현장에서 외치는 구호같지 아니한가.

 

 

1969년도 아직은 여물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모습이 가슴 짠하게 다가왔다.

사진속에 담긴 초라한 사람들의 행색도 그러했고 그 모습에 내가 겹쳐서 더 그랬다.

그래도 순한 눈빛이 좋았다. 그 눈빛을 가진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워 더 그랬다.

 

지금이야 누구라도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세상이지만 과거에 사진은 귀한 기록이었다.

한대수가 담은 뉴욕의 거리, 서울의 거리, 태국의 거리에는 닿지 못한 과거의 기억들이

각인되어있고 한 인간의 여정이 담겨있다.

수많은 뮤지션들의 단명에도 불구하고 팔순을 앞뒀다니 정말 다행이다 싶다.

그가 살아온 시간들이 어떠했든 그가 받는 천형의 무게만큼 그는 벌을 잘 수행했고 잘 수행 할 것 같다. 더불어 그와 같은 시간을 공유한 사람들의 삶도 이제는 좀 더 가볍기를 바란다.

흑백사진속에 담긴 담백함과 번잡스럽지 않은 시간여행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