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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이름 붙이기 -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캐럴 계숙 윤 지음, 정지인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평점 :
이세상 모든 개체에는 이름이 있다. 인간은 당연히 이름이 있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수한 존재들에 누군가가 붙인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이 있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그런 이름이 붙이게 된건지 깊게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개체들, 동물, 식물은 물론 인간이 만들어낸 발명품에 이르기까지 이름이 붙어있다. 처음 발견한 사람이 이름을 붙였을까. 얼핏 비슷해보이지만 전혀 다른 개체를 어떻게 구별하고 어떻게 나누었을까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온다.

신은 심각하게 믿지는 않지만 때로 신의 존재를 느낄 때가 있다. 신이 세상에 온갖 것들을 만들고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게 했을 때 아마도 그 존재들에게 이름을 붙여줄 누군가도 함께 보낸게 아닐까 싶다.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분류학자들, -당시에는 이런 이름도 없었겠지만-동,식물학자들은 엄숙한 미션수행을 위해 태어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대체로 태어나서부터 유난히 동,식물군들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고 앞으로 살아갈 인류에게 좀 더 편리한 삶을 살도록 평생 지긋지긋한 네이밍 작업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분류학자들의 공통점은 고집이 세고 집중적이며 전문적 지식을 지닌 사람들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을 하면서도 그 유명한 다윈은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벌을 받는지 모르겠다'고 자조했을까. 하긴 따개비 하나를 연구하는데 8년을 보낸 그 집념의 시간들이 벌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런 집념의 시간들이 오늘날 모든 종의 분류라는 업적을 만들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살아있는 생명들은 진화하고 또 새로운 분류가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와 같은 분류학자가 필요한 것일테고.

동물의 분류를 태생부터, 먹이습관과 번식의 방법등 얼마나 많은 대조군을 만들어야 했을지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식물군은 더 힘들지 않았을까.
그렇게 만들어진 이름들이 없어지기도 했을 것이고 앞으로 새로운 이름이 또 등장하기도 할 것이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너는 내게 다가와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 '꽃'처럼 그저 세상에 나온 어떤 존재들은 누군가 이름을 붙이고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존재감이 생긴다. 진정한 탄생인 셈이다. 그런 생명감을 불어넣어준 수많은 동,식물학자, 분류학자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