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더 행복해지는 미니멀 라이프
최의정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도 너저분한 거실과 주방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아침부터 뒷베란다를 정리해서

일단 오가는 길을 만들었다. 그동안 뭘 자꾸 쌓아둬서 짐을 넘어다니는 불편함을

고수했던 나로서는 버릴 것을 추리고 길을 낸 것 만으로도 개운한 마음이 든다.

 

 

어려서부터 가난했던 탓인지 쌀이며 부식같은 것들이 창고에 가득해야 마음이 넉넉했었다.

특히 10여년 전 섬을 오가면서 살다보니 그 증상이 더해서 따로 창고를 마련하고 선반을 달아서 온갖것들을 쟁여두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섬이란 고립된 공간에서는 일단 먹을거리며 필요물품들을 언제든 공급이 안될 수 있다는 것이 잠재의식속에 깃들어서 그런 것 같다.

 


 

살다보니 덜어내는 일이 쌓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끔 TV에 집안을 쓰레기장을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규모만 다를 뿐 나역시 뭘 잘 버리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인 것이다. 심플한 것이 더 행복해지는 것이란 말이 좋기는 하지만 실천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법정스님도 그렇고 박경리 작가도 그렇고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말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지금도 창고에 허전한 부분이 있으면 주문버튼부터 누르니 고치긴 틀린 일이다.

 


 

물건만 사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생각하지 말라는데 이런 얘기를 듣다보면 주문버튼을 누르는 순간 만족감이 밀려오는 것이 아니라 죄책감이 밀려온다. 아 나는 맥시멈 라이프로 행복했던 것인지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움츠러 들었다.

어제, 오늘 여름옷을 정리하면서 아직도 뜯지 않은 옷들이 수북한 것을 보고 한숨이 절로난다.

난 왜 입지도 않을 옷들을 샀을까. 아님 아끼느라 포장을 뜯지 않았던 것일까.

 

 

이번에야 말로 기필코 정리를 해보리라 마음먹었다가도 이게 또 언제 쓰일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다시 집어넣기를 반복하게 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같지 않을까.

그렇다면 미니멀 라이프를 즐기긴 애초에 글렀다. 그냥 너저분하게 살아갈 수 밖에.

 

저자를 우리집에 초대해서 정리를 부탁한다면 한 트럭분의 물품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던 화분까지 없앤 분이라면 그러고도 남겠다.

계절이 바뀌는 순간에 만난 이 책 덕분에 그나마 조금 덜어낸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쌓인 책들도 선물로 주거나 버리거나 해야하는데 그것도 걱정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쌓인 짐과 걱정부터 덜어내고 싶다. 우선 그것부터 해볼 요량이다.

나는 많이 덜어내지 못했지만 저자의 덜어내기 비법들을 보면서 잠시 해방감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