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슬로우 퀵 퀵 네오픽션 ON시리즈 15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슬로우 슬로우 퀵퀵~~'

오래된 드라마에서 쿠웨이트 박이란 인물이 추던 춤이 떠올랐다.

춤바람이라고 해서 우리 문화에는 캬바레나 콜라텍 같은데로 춤을 추러 가는 일이

불륜 비슷한 일처럼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제목으로 보면 무슨 춤에 관한 소설인가 싶었는데 좀비 소설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존재 좀비! 죽여도 죽여도 다시 살아서 끔찍하게 생명을 죽여대는 존재.

으윽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그래서 좀비영화는 절대 보지 않는다.

이 소설에 처음 등장하는 바다에 표류하는 배안에 죽어 있던 시체들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속이 울렁거린다.

 

 

서해안 섬 영생도는 온갖 군상이 살아가는 이 세상을 함축한 것 같은 무대이다.

이상 곽수는 오래전 학생운동을 하다 모진 고문을 못 견디고 동지들 이름을 술술 불었던 경력 이후 고향인 영생도도 돌아와 고기를 잡고 영생수산을 경영하고 이장을 하고 있다.

서해안 고기를 휩쓸어가는 중국어선때문에 사업도 거의 망할 지경에 이르자 농어촌 체험 마을로 선정되어 지원비를 받아내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였다.

 


 

체험마을을 꾸미고 첫 손님인 미래대학교 학생들이 섬으로 들어오기로 한 날!

앞서 표류하던 선박을 조사하던 해경이 다시 살아난 시체에게 물려 바다에 떨어져 사라졌었고 하필 농어촌 체험마을 선정사업을 펼치려던 영생도에 도착한다.

그렇게 시작된 좀비들의 습격으로 마을 사람들과 섬에 도착한 학생들이 차례 차례

죽어가기 시작하는데...

 

그 와중에도 영약한 인간들은 잘도 숨어있다가 결국 살아온 댓가를 치루기도 하고

누군가는 힘을 합쳐 좀비들을 물리치기도 한다.

마치 두 남녀의 멋진 스텝으로 우아해진 왈츠처럼. 그렇게 살아난 남 녀는 섬을 빠져나간다.

 

어떤 비극이 닥쳐도 합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도 죽음도 선택은 아니지만 운명은 있다.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결국은 겪어야 하는 운명.

죽여도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좀비들의 존재는 두렵다. 우리 삶속에 다시 등장하는 불행의 그림자처럼. 그래도 합을 맞춰 슬로우 슬로우 퀵퀵 하다보면 불행도 슬며시 비켜가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