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의사의 사계절
문푸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을 보면서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에 들어와 거의 15년 정도를 살고 있는 나에게 섬생활 이야기는 공감가는 부분이

많을 것이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친구의 아이들중에서도 의사가 있고 의대 입학에서부터 수련과정을 지켜본 나로서는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나 '닥터 차정숙'같은 드라마를 본 사람들도 간접적으로 나마 그 과정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수련의 과정을 거쳐 공중보건의 생활을 했던 초보의사의 일기를 보면서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못된 관습이 여전히 존재하는 병원 서열문제는 정말 심각해보인다. 몇 년전 '태움'문화로 인해 간호사들이 자살을 하고 아예 그 길을 포기하는 것을 보면서 힘든 일은 하는 직종에서 서로를 돕지 못하고 저렇게까지 해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에세이에서도 등장하는 대학병원 수간호사의 욕지거리나 거친 행동들은 특히 요즘 곱게 자란 세대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낼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러웠다.

 

 

의사도 병역의 의무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니 어떤 형태로든 이행을 해야하는데 가장 가기 싫다는 섬에서의 공중보건의라니 정말 힘들 것이란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육지와 분리되어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들 특유의 텃세가 얼마나 심한지 겪어 본 나로서는 도시 새내기 의사의 섬생활이 어떨지 눈에 환히 그려졌다.

더구나 이제 농촌이나 어촌, 섬같은 곳은 나이많은 사람들이 많아서 병을 달고 사는 사람이 많고 거친 일을 하다보니 응급환자들이 수시로 발생한다.

 


 

 

뱃일을 하는 남편이 바다에 나갔다가 응급상황이 생겨 급히 육지병원으로 나가야 했는데 기상이 좋지 않아 헬기가 뜰 수 없었다. 해경배로 나오면서 겪었던 그 마음졸임이라니..

보건소에 있는 의사들은 수시로 그런 상황을 겪는다. 그동안 내가 살던 섬에 들어왔던

의사들이 20명이 넘을 것이다. 어떤 의사와는 친하게 지내기도 하고 떠나는 순간 아쉬움이 들었던 관계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섬에 들어오는 의사 대부분은 다소 경직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 이유가 바로 이 에세이에서 얘기했던 매운탕 사건에서 드러난다.

우리 섬에서도 5명의 이장이 있는데 어느 한 이장의 부름에만 갔다면 분명 다른 이장들은 자신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고 화를 낸다. 그래서인지 가능하면 섬 사람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부름에 다 달려갈 수는 없고 누구한테만 가면 편파라고 역정을 내니 차라리 그냥 외로움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다행이랄까 외로운 섬생활을 견디게 해주었던 여자친구와의 에피소드가 알콩달콩 좋았는데 감정이라는 것이 언제든 변하기 마련이니 아마도 지금은 좀 소원해진 것 같았다.

섬에서의 마지막 날 자신을 챙겨주었던 할머니에게 인사도 못하고 나오는 장면은 아쉬웠다.

하지만 섬에서 가지고 나온 물건을 싣고 떠나면서 시원했다는 말에 공감과 안타까움이 같이 느껴졌다. 그리운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곳으로 기억되지 못한 섬살이의 어려움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나도 섬과 서울을 오가면서 지내지만 점점 가기 싫은 곳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 점농어를 잡아올리고 회를 썰어먹던 그 섬이 그리울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