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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이혼 시키기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3년 9월
평점 :
이혼이 결혼보다 더 많은 집안에서는 더 이상 이혼이 별스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실제 그런 집안의 딸인 저자가 프랑스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30년쯤 같이 살았는데 마치 '화성 남자와 금성여자'처럼 좁혀지지 않는 '다름'때문에 이혼을 고민중이란다.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h/y/hyunho0305/IMG_20230928_182846.jpg)
실제 자신의 이혼은 아니고 각자 아끼는 책들이 쌓인 서재를 이혼시키기로.
누군가는 서로가 가진 책을 합치면서 결혼의 진정함을 이해했다고 하더니 이 저자부부는 뒤엉켜 쌓인 서로의 책을 갈라놓으면서 정신적 이혼을 감행했던 것 같다.
물론 그건 저자인 아내의 생각이고 그녀가 그린 남편 올비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것 같다.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h/y/hyunho0305/IMG_20230929_150205.jpg)
내가 마지막으로 간직하고픈 아름다운 모습은 늙은 부부가 손 붙잡고 노을속을 거니는 장면이다.
하지만 나는 결코 그 그림속에 주인공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그런 다정함이 내게 없기도 하고 많이 늙어 이제 더이상 밥벌이는 하지 않는 순간이 와야 겨우 해볼 수 있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아마 남편은 죽기 직전까지도 밥벌이의 지겨움을 놓지 않을 사람이라 그런 마음의 여유는 누리지 못할 것 같다.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h/y/hyunho0305/IMG_20230930_130432.jpg)
대체로 많은 부부들이 우리는 서로 너무 잘 맞는다, 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서로 미워하면서도 사는 부부도 있고 그냥 헤어지는 것 보다 그래도 같이 사는게 나을 것 같아 사는 부부도 있다. 습관처럼 살아가는 부부들이 더 많지 않을까.
오지 않을 걱정까지 껴안고 사는 남편 올비를 보면 긍정 요소가 많은 아내인 저자는
속이 터지고 아마 올비는 아내를 보고 대책없는 사람이라고 여길 것이다.
서로 맞지 않지만 또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여느 부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h/y/hyunho0305/IMG_20230930_133842.jpg)
그런 저자이지만 엄마이기에 자식에 대한 사랑은 또 넘치고 넘치는 모습은 낼 모레 마흔을 앞둔 자식을 보면서도 여전히 불안한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오래 고향을 떠나 파리에 사는 모습, 골목길 이웃들과의 아기자기한 일상들이 그저 여행으로 파리를 거쳐갔던 나에게는 신선한 삶으로 다가온다.
서재는 이혼을 시킬 망정 서로 등 긁어주면서 끝까지 잘 해로하리라 짐작한다.
그리고 긴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면 차라리 화분을 다른 곳에 맡겨두면 좋지 않을까.
올비의 무신경으로 죽어가는 가여운 화초들을 위해서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