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이혼 시키기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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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 결혼보다 더 많은 집안에서는 더 이상 이혼이 별스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실제 그런 집안의 딸인 저자가 프랑스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30년쯤 같이 살았는데 마치 '화성 남자와 금성여자'처럼 좁혀지지 않는 '다름'때문에 이혼을 고민중이란다.

 

 

실제 자신의 이혼은 아니고 각자 아끼는 책들이 쌓인 서재를 이혼시키기로.

누군가는 서로가 가진 책을 합치면서 결혼의 진정함을 이해했다고 하더니 이 저자부부는 뒤엉켜 쌓인 서로의 책을 갈라놓으면서 정신적 이혼을 감행했던 것 같다.

물론 그건 저자인 아내의 생각이고 그녀가 그린 남편 올비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것 같다.

 


 

내가 마지막으로 간직하고픈 아름다운 모습은 늙은 부부가 손 붙잡고 노을속을 거니는 장면이다.

하지만 나는 결코 그 그림속에 주인공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그런 다정함이 내게 없기도 하고 많이 늙어 이제 더이상 밥벌이는 하지 않는 순간이 와야 겨우 해볼 수 있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아마 남편은 죽기 직전까지도 밥벌이의 지겨움을 놓지 않을 사람이라 그런 마음의 여유는 누리지 못할 것 같다.

 


 

대체로 많은 부부들이 우리는 서로 너무 잘 맞는다, 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서로 미워하면서도 사는 부부도 있고 그냥 헤어지는 것 보다 그래도 같이 사는게 나을 것 같아 사는 부부도 있다. 습관처럼 살아가는 부부들이 더 많지 않을까.

오지 않을 걱정까지 껴안고 사는 남편 올비를 보면 긍정 요소가 많은 아내인 저자는

속이 터지고 아마 올비는 아내를 보고 대책없는 사람이라고 여길 것이다.

서로 맞지 않지만 또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여느 부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그런 저자이지만 엄마이기에 자식에 대한 사랑은 또 넘치고 넘치는 모습은 낼 모레 마흔을 앞둔 자식을 보면서도 여전히 불안한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오래 고향을 떠나 파리에 사는 모습, 골목길 이웃들과의 아기자기한 일상들이 그저 여행으로 파리를 거쳐갔던 나에게는 신선한 삶으로 다가온다.

 

서재는 이혼을 시킬 망정 서로 등 긁어주면서 끝까지 잘 해로하리라 짐작한다.

그리고 긴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면 차라리 화분을 다른 곳에 맡겨두면 좋지 않을까.

올비의 무신경으로 죽어가는 가여운 화초들을 위해서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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