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나의 사계절 요리학교 - 할머니의 손맛과 손녀의 손길로 완성되는 소박한 채식 밥상
예하.임홍순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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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할머니란 먼 나라에 계신 상상속에만 있는 존재이다.

이북이 고향이신 부모님은 단신으로 월남했기 때문에 이북에 계신 조부모에 대한 정보는 얼마되지 않는다. 수심가 부르는걸 좋아했다는 할머니가 계셨더라면 아마도 맛있는

이북요리를 전수해주지 않았을까 싶다.

 


 

할머니와 친한 손녀들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든다. 이렇게 요리를 전수받거나

수다를 떠는 장면을 떠올리면 따뜻함이 절로 몰려오는 것 같다. 사실 내 입맛은 내림이라 할머니의 손맛이 가장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할머니에서 아버지로 그리고 나에게로.  내겐 할머니보다 엄마의 손맛이 더 길들여졌지만 과연 내 손주들에게 할머니의 손맛을 내림해줄수 있을까. 자신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만나면 '밥 먹었나?'하는 인사가 일반적이다.

과거 가난한 시절을 살았던 흔적인걸까. '밥심'이란 말도 그래서 생긴것 같다.

어쨌든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든든하게 잘 먹고 다니길 바란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집밥'을 해먹이고 싶다는 열망까지 더해서 아낌없이 요리를 해주고 싶지만 똥손이 문제다

 


 

오래된 할머니의 손맛을 전수받는다는 것은 할머니가 지나온 시간들과 경험을 물려받는 것이다.

할머니의 말씀처럼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 요리레시피. 그걸로 자식을 먹이고 길렀다.  늦여름이 지나고 있는 텃밭에는 호박이 늙어가고 새로 심은 김장배추의 순이 빠꼼하다.

처음 섬에 내려와 산에 있는 풀들이 나물인지 먹을 수 있는건지도 몰랐다.

섬 할머니들에게 풀이야기를 듣고 먹을걸 골랐다. 할머니들의 레시피는 오랜 역사같았다.

 

 

젊은 손녀와 함께 하는 레시피에는 쑥털털이나 콩국같은 내림 음식도 있지만 퓨전요리레시피도 있다. 피자도 만들고 키위짱아찌도 담근다. 아하 이런 재료도 피자가 되고 짱아찌도 되는구나. 새로운 요리에도 거부감없이 해보자는 할머니의 도전이 아름답다.

 

내가 이 알록달록한 요리책에서 가장 감명깊게 본 것은 바로 할머니의 쭈글한 손이었다.  힘든 시간을 견디고 없는 살림에 먹을 것을 만들어내서 자식을 먹인 그 손!

그 위대한 손과 손맛을 흉내내볼 예정이다. 일단 돌담을 끼고 퍼져있는 호박잎과 호박꽃을 따볼꺼나. 호박꽃은 나중에 호박이 맺히는 곳으로만 생각했는데 요리도 될 수 있네. 누가 호박꽃이 못생겼다고 했나. 얼마나 찬란한 꽃인데. 마치 할머니의 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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