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기후위기는 지구 곳곳에 홍수나 가뭄, 산불과 폭염같은 재앙들을 일으키고 있다.
지구멸망은 혜성과의 충돌도 아니고 전쟁으로 인한 핵폭발도 아니고 환경에 의해
심판될 것 같다.
대기과학이라는 분야는 우리가 뉴스말미에 만나는 기상개스터들이 전공하는 것은
아닌가 했는데 사실 그 캐스터들은 소식을 전하는 임무만 할 뿐 정확한 기상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는 것 같다. 과거에도 날씨는 중요했다. 농사를 지어야 하니 절기를
잘 따져서 농사를 짓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오늘의 일기가 중요해진 이유는 바로 기후위기가 지구를 절망으로 끌고 가기
때문이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한다는 보도도 있고 더워지는 날씨를 견디지
못한 북극곰의 생존이 점차 어려워진다는 말도 나온다.
이제 북극곰을 넘어서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기후위기의 현실을 측정할 수 있는 북극의
모습을 보기위해 힘든 여정을 가진 기상전문기자의 눈으로 본 북극의 모습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만년설이나 빙하가 녹아내려 영구동토층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고 영상 20도에 이르는 여름이
길어지고 눈대신 비가오는 날이 많아진 겨울이 짧아지고 있단다.
하긴 내가 살고 있는 이 남녘의 섬에도 고기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많이 잡혔던 어종이 점차
위로 올라가고 아랫녘에 있던 고기들이 올라오고 있다.
열대과일을 재배하는 지역은 점차 늘어나고 멀지 않은 미래에 사과재배지는 없어질지도 모른단다.
빙하가 사라지기 전에 눈에 담아 보겠다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도 결국 기후위기를
더 심화시키는 일이라고 한다. 빙하가 녹아 어른 키만큼 해수면이 높아지면 웬만한 도시들은
물에 잠길테고 영화에나 등장할법한 수중도시나 공중도시들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아마 그 전에 얼마전 리비아에서 일어난 대홍수같은 재해로 많은 사람들이 사라지겠지만.
KBS 간판 기자인 저자가 북극을 취재하고픈 이유가 바로 멀지 않은 미래에 인류가 겪을
재앙을 경고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을 것이다.
비행기표 구하는 걸 시작으로 파업으로 발이 묶였던 일들이며 백야로 인해 잠들지 못하고
촉박한 일정을 따라가야 했던 일들. 북극기지에 모인 과학자들과의 인연들.
코로나 감염으로 힘들면서도 프로그램을 완성해야 했던 일들을 보니 기자로서의 사명감이
얼마나 컸었는지 존경의 마음까지 들었다.
'신방실'이란 이름은 참 낯이 익고 정답다. KBS뉴스에 자주 등장했던 이름이어서 그랬다.
방실이란 이름, 참 정겹지 아니한다. 언젠가, 오래지 않은 미래의 어느 날, 이산화탄소배출이
급감하고 지구의 온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도하는 저자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 너무 꿈같은 일인가. 북극의 민낯을 보면서 많이 두려웠던 시간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