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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섬에 꽃비 내리거든
김인중.원경 지음 / 파람북 / 2023년 8월
평점 :
종교인, 수행자들을 보면 웬지 어떤 존엄한 틀에 갇혀 조용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 역시 내면에 숨겨있는 '끼'가 분명 있을 것이다.
쓰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소설가나 그리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화가처럼 말이다.
신부님이나 스님들의 길은 선택이기 보다는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신이 선택한 사람들.
그 길이 고독하고 힘들 것 같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수도자들을 보면 존경의 마음이 든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까지 맘껏 발휘하고 살아가는 분들이라면 다가가기가 더
쉬운 듯해서 편안해진다. 김인중 신부님이 이렇게 대단한 화가였다니...
그것조차 자신의 능력이기도 하지만 신이 주신 달란트가 아닐까. 그걸 세상에 드러내
많은 이들에게 아름다움과 위안을 줄 수 있다면 수도자의 또 다른 소명이 되지 싶다.
'예술이란 어둠에서 벗어나 빛으로 향해가는 끊임없는 과정'이라는 말이 맘게 콕
와닿는다. 그림이라는 것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소통하게 되는 또다른 언어이기에
말보다 더 큰 힘이 담긴 신의 목소리일수도 있겠다.
최근 방영된 인간극장 '인연'편에서 만난 원경스님의 모습은 조용하지만 큰 힘이
느껴지는 분이었다. 북한산에 그런 암자가 있었던가 싶게 서울에 있는 소박하지만
정갈한 암자에 주지를 맡고 있는 스님이신데 외국인 스님과 함께 봉술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꽤 활동적이신 면이 있구나 했다. 그런데 이런 멋진 시인이기도 하셨네.
수도자들이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하나가 아닐까.
천주님이든 부처이든 결국 인간을 향한 사랑과 삶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는 것.
수도자들이 견디는 외로움도 고독도 결국 자유가 된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범인이 느끼는 수도자의 모습을 넘어서 자신들의 색을 잘 만들어내시는 모습을
보니 진정한 자유를 잘 누리시는 것 같다.
언젠가 종교계에 있는 수도자들 여러분들이 중창단인가를 만들어 공연을 하는 것을
보았다. 신부님, 스님, 목사님...
얼마나 좋아보이던지. 완고하고 맹목처럼 보이는 종교라는 벽이 허물어지고 소심한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 많이 좋았다.
그런 심정이 담긴 아름다운 그림과 시로 잠시 꽃비를 맞았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