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일본에 대지진이 일어났다. 간토 대지진!
지진이 일상인 일본이지만 이 지진은 조선인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어느 새 백년이 지난 지금, 열 세살 린에게 100년 전의 간절함이 전해진다.
린은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할머니집에서 자랐다. 여섯 살에 불의의 사고가 있자
엄마는 할머니에게 화를 내고 린을 데리고 왔다. 린은 할머니가 늘 그리웠지만 만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는다.
린은 슬픔을 견디면서 할머니가 살던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할머니가 간직한 수첩과
이상한 펜촉을 발견하게 된다.
친한 친구인 하루와 함께 펜촉을 들여다보던 그 때 린과 하루는 백 년전 지진의 현장이었던
간토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렇게 만난 과거의 도쿄는 지옥 그 자체였다.
조선에서 건너온 수많은 조선인들이 학살되는 현장을 보게 되고 할머니의 엄마도 만난다.
그리고 할머니가 간직한 펜촉에 관한 비밀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가난을 떨치려 일본으로 왔던 정필은 수재였던 동생 정훈을 공부시키며 성실하게
살아가지만 지진이 일어나고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을 학살하자 도망을 친다.
그와중에 산중에서 어린아이를 만나게 되고 집을 찾아주던 중 일본자경단에게 발각되어
죽음을 맞는다. 어린아이의 이름은 히데코! 어린 소녀는 평생 자신에게 화관을 만들어
주었던 정필을 잊지 못한다.
할머니가 간직한 펜촉은 정필이 동생 정훈에게 주려고 마련했던 만년필이었다.
펜촉의 비밀을 알게된 할머니는 시간여행을 통해 펜촉의 주인공을 만나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소망을 이루지 못한 채 린에게 숙제를 남긴채 하늘나라로 떠난 것이다.
린은 하루와 함께 펜촉의 주인을 찾기위해 낭독회를 연다.
백 년전 일본이 벌였던 참혹한 사건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펜촉의 주인공을 찾으려고.
일본이란 나라는 정말 가까운 이웃이라고 하기에는 우리나라에 너무도 큰 상처를 주었다.
일제강점기에 벌였던 참혹함도 그렇고 일본으로 끌려가거나 이주한 조선인들에게도
차별과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벌였다. 아마 일본인들은 그 사건을 잊었거나 모를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사건을 기억하고 참회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 소설은 바로 백 년전 가슴아픈 사건을 일깨우고 억울하게 죽어간 조선인들을 위로하는
추모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