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밤이슬 수집사, 묘연

밤이슬 수집사, 묘연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3년 8월

사람이 죽으면 정말 천국이나 지옥으로 향하는 것일까.

살아온 날들을 심판해서 다시 환생하기도 하고 영원히 지옥에 갇히기도 하는.

어려운 가정형편때문에 고생만 하다가 어머니가 죽자 장례비조차 없던 이안은 죽기로

결심한다. 아무도 찾지 못하는 으슥한 곳에서 칼로 죽으려는 순간 누군가 나타나 이안을 말린다. 늙은 노인은 자신을 이안의 할아버지라고 했다. 그렇게 이안을 살려 데려간 곳은 대저택 '미다스'였다. 금으로 만든 호화로운 주택의 주인은 바로 고양이 묘연이다.

 

묘연은 죽은자, 혹은 죽으려고 했다 살아난 사람들의 눈물을 모으는 수집사다.

할아버지는 미다스의 집사였고 이안을 데려와 눈물을 수집하는 집사로 만든다.

세상을 향해 불만투성이였던 이안은 이 모든것이 믿어지지 않는데다 지들 맘대로

집사를 만들겠다는 말에 코웃음을 친다. 하지만 집사가 되지 않으면 다시 지옥같은

세상으로 돌아가야 한단다.

 

억지로 집사가 된 이안은 3개월 계약서를 쓰고 집사로 일하기 시작한다. 묘연과 함께.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다 지쳐 자살을 결심한 여자, 교통사고를 당해 죽을 운명이었던 남자, 폭력으로 자신의 엄마를 때렸던 삼촌을 무자비하게 패서 식물인간을 만든 남자...

이안은 그런 사람들을 구하고 눈물을 모으면서 점차 가족과 삶의 중요함을 깨달아간다.

차갑기만 해보였던 묘연역시 중요한 순간마다 인정을 베푸는 모습을 보면서

이안은 묘연의 사연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묘연에게 빚을 졌다는 사연도.

그리고 밝혀진 묘연과 할아버지의 비밀에는 충격과 아픈 사연들이 숨어있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누군가는 스스로 선택하기도 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살아온 날들에 대한 심판을 받는다고 믿는다.

가난하고 힘든 삶이라도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구하고 싶은 가족이 있다면, 누군가 자신을 위해 희생을 결심한 사람이 있다면 초라해보이는 삶도 분명 빛나는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동화같은 소설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이 상상만이 아님을 깨닫고 살아가는 동안 업을 쌓지 말고 의롭게 살았으면 싶다. 작가 자신도 그런 심정으로 이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

가족과 살아감의 소중함을 느낀 이안처럼 남은 날들을 소중하게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