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살아있는 생물처럼 변한다. 구는 줄리아를 사랑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후 서서히 식어간다. 둘 사이에 아이가 없어서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문화가 다른 두 사람이
결국에는 하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서였을 수도 있다.
구는 이후 자신이 태어난 아카사카궁터에 있는 호텔에서 주검으로 발견된다. 사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방자여사라는 말이 더 익숙한 마사코의 사랑과 운명이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
선택할 수 없는 결혼이었지만 운명이었던 사랑이었다.
이미 기울어진 나라의 왕손은 저무는 태양처럼 서글프다. 그 아스라한 여명을 지닌 남자와 함께하는 것은 어둠을 향해 가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마사코는 운명을 받아들였고 끝까지 한 남자를 사랑했고 남자의 조국에서 헌신을 하며 마지막 임무를 잘 끝마친다.
전작 덕혜옹주에서 조선의 아픈 역사를 그렸던 작가 권비영이 조선의 또다른 아픔의 인물들을 살려냈다. 어차피 잊혀졌고 어둠속에 묻힌 인물들이지만 이렇게 다시 살아나 자신이 존재했음을
알린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지금도 어디선가 인간들은 전쟁을 벌이고 누군가는 죽어간다.
다행인것은 그 치욕을 겪고 다시 일어나 세상에 우뚝 선 조국이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