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여름
김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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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공평하다고들 하지만 사실 불공평하고 억울하고 말도 안되는 상황을 겪는 사람들은 너무도 많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도 이해하지 못할 일을 당하고 절망하거나 참거나 도망치거나 했다.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거나 원치않는 부서로 발령을 받거나 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 이유가 참 이해하기 어려운데다 바로잡아 달라고 호소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답답한 심정이야 오죽할까.

본사에서 멀리 떨어진 지사로 발령받은 여자는 어린시절 사라졌던 아버지가 나타나

고속도로가 들어설 산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남동생과 따라나섰다가 실망만 하고 되돌아온다.

먼저 앞서간 아버지는 내버려둔채로. 여자가 어린시절 스스로 집을 나갔던 아버지가 산에서 내려오든 말든 여자에게는 후회나 망설임같은건 이미 없다. 그건 아버지의 부재가 남긴 또 다른 부재가 아니었을까.

 

 

농사를 짓고 살면서도 손톱밑이 늘 깨끗했던 할머니의 갑작스런 죽음!

장례식에 모인 가족들은 어떤 한 사람이 나타날까봐 전전긍긍이다. 먼집안 친척이라는

성호아재는 불미스런 사고를 치고 마을에서도 쫓겨난 사람이다.

유독 할머니를 따랐던 그가 장례식에 나타난다면 또 다른 분란이 생길까봐 우려스럽다.

목욕을 하고 나오다 낙상을 해서 죽었다는 할머니의 이상한 죽음에 혹시 성호란 남자가 관련된 것은 아닐까. 그걸 확인하고픈 손녀는 부검을 하자고 하지만 가족들은 묵살한다.  이미 할머니는 죽었고 밝혀봐야 달라질건 없기 때문에.

 

 

술을 마셨고 기억을 잃었고 뭔가 불미스런 일에 연루가 되어 강의조차 못하게 된 성욱.

아무도 그에게 그 날의 일을 알려주지 않아 답답하기만 한데 사실 그는 성추행 가해자로 몰려 해고위기에 몰려있다. 과연 진실이 밝혀지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그 날의 진실을 밝혀줄 증인들은 모두 숨어버리고 고독과 기다림을 테니스로 달래면서

강력한 스매싱을 날려본다. 그렇게라도 자신의 억울함을 날려보고 싶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가족보다 직원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누군가와는 친하기도 하고 서로 속을 터놓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언제든 자신의 등에

칼을 꽂을 수도 있는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잘 나가는 누군가를 질투하기도 하면서 거짓 뉴스를 퍼뜨리기도 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가야할지 고민하게 된다.

 

 

여덟편의 단편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은 불안하고 억울하게 보인다. 진실이 밝혀져

평화로운 일상이 되돌아올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그저 피해자나 방관자나 아웃사이더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폭염이 계속되는 이 여름 속이 더 답답해지는것 같다. 그저 소소한 희망이라도 붙잡아서 버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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