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등장하는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가슴부터 미어진다.
실향민인 부모님과 보지 못한 내 피붙이들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봄날같은 삶이 되길 바랐던 외할머니의 바람이 담긴 이름 봄순이는 2015년 죽었다.
양잿물을 들이켜 식도가 타버린 딸 미애를 살리가 위해 평양에 있는 적십자병원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해 죽게 된다. 하지만 1998년으로 되돌아 오게된 봄순이는
이제 미래를 알고 있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여전사가 되었다.
다시 살아나 처음 마주친 사람은 그녀가 좋아했던 우진 오빠였다. 오랜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봄순과 마주친 우진 역시 그녀를 좋아했다. 하지만 봄순은
이미 출신성분이 좋은 철욱이란 남자와 결혼을 하고 말았다. 그저 행복만을 빌어줘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봄순이는 교화소를 다녀온 아버지 때문에 성분이 좋지 않은 집안으로
낙인이 찍힌 후였고 봄순이의 남편 철욱은 그걸 핑계로 봄순이나 처가를 우습게 알았다.
큰 애를 유산하고 7년만에 어렵게 낳은 딸 미애를 잃은 봄날은 더 이상 과거처럼 미련하게
살지는 않겠다고 결심한다. 열심히 일해서 받았던 훈장을 팔아 밑천을 마련한 후 장사를 시작한다.
떡장사를 시작했지만 돈을 벌기엔 어림이 없었다. 하지만 몰래 빼돌린 기름을 파는 주유소
사업은 번창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남편 철욱은 봄날이 돈을 벌고 그 돈을 얻어 쓰는 일에
자존심이 상하지만 허세를 위해선 어쩔 수가 없다. 그러던 중 같은 사업장에서 만난 여자와
바람을 피우게 된다.
결국 철욱의 바람을 눈치챈 봄날이 자신을 압박하자 함정을 파고 봄순은 그 덫에 걸려
보위부에 체포되고 만다. 철욱은 그녀가 남긴 돈과 집을 차지하고 불륜녀와 재혼한다.
교화소로 보내진 봄순은 이제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특유의 뚝심으로 교화소를
나서게 된다. 그리고 다시 재기의 길을 모색하는데..
봄순은 다시 살아나 빛나는 봄날을 향해 도약하지만 꺾이게 되고 죽음과도 같은
비극에서도 다시 재기하게 된다. 마치 지지 않는 태양과도 같은 힘을 지닌 여자다.
저자의 기질도 이와같지 않았을까. 지옥같은 북한을 탈출하여 이같은 소설을 썼으니
말이다. 탈출을 하는 순간에도 책들과 원고를 챙겨왔다니 그의 글에 대한 욕망이
어떠했는지 알수 있다.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재능에 더해 북한의 실상을 기록하고
싶었다는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저 소설이 아닌 북한의 과거 이야기들이 리얼하게 그려져 가지 못한 부모님들의
고향에 대한 아쉬움이 다소 풀리긴 했다. 하지만 변질되어 버린 그들의 삶과 현실이
가슴아프다. 언젠가 통일이 되어 대동강변에서 잡은 고기로 어죽을 대접하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이 꼭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실향민의 딸인 나도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