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겪는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고 가뭄과 홍수와 지진이 이어지고 있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자연을 이길 수는 없는 일이다.
지친 지구는 몸을 떨었고 그위에 집을 짓고 살던 인간들은 떨어져 죽거나 묻혔다.
일단 집을 잃고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은 여기저기 구호소로 흩어졌다.
서른이었던 성결 역시 구호소중 하나인 마트에 터를 잡았다. 그 전에 있었던 교회는
이재민들과 교인들간의 다툼이 이어지자 구호소를 폐쇄시켰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디를 가든 편을 가르고 싸움질을 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족속인 것이다.
부모님과 남동생은 삼촌이 살았던 한적한 집으로 피신을 했다. 성결은 마트가 편했다.
같은 처지였던 사람들이어서 그랬을까. 그동안 굽실거리며 살았던 과거를 아는 사람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자기만의 쉘터를 만들고 보니 성안의 성주처럼도 느껴졌다.
아무리 혼자 사는 것이 좋아도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는 없는 법.
몇 몇 마음맞는 이웃도 사귀었다. 부부처럼 보이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재희라는
여자. 헬스사장이었던 아저씨에 마트 화장실에 버려진 아기까지.
세월이 흐르면서 공공주택이 지어졌고 입주자를 모집한다는 공지가 떴다.
성결이 당첨되었다. 홀로 사는 남자에게 공공주택 입주 당첨은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성결은 잠시 재희와 아기가 한 집에 살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잠깐 행복해졌다.
하지만 자신이 입주하기로 했던 집은 자신의 허락도 없이 부모가 신청한 것임을 알게
되고 늘 겉돌던 자신을 이용한 것같아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면 그렇지. 그런 행복이 내 몫일리가 없다. 성결은 모든 걸 끝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 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재앙을 겪은 인간들이 모인 마트라는 곳을 통해 인간사회의 다사다난을 그려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결국 인간의 사는 모습은 어디에 데려다놔도 같은 모습이 된다.
편을 가르고 완장을 쫓고 게중에 누군가는 저편이 되고 내 편이 아니면 씹어댄다.
한창 꿈을 쫓아야 하는 나이의 성결은 꿈이 없다. 지진은 그런 성결에게 잠시 다른
삶을 살고 싶은 꿈을 주었다. 하지만 미래는 어차피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삶을 끝내기로 한 성결의 선택은 당황스럽다. 불씨같은 사랑이라도 한 번
도전해보지 않고서.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 많이 아쉬운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