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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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다섯이면 오래 살긴 했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 들어선 요즘으로 보면 10년 이상

너끈히 살 여력이 있다. 그럼에도 유도라는 간절하게 죽기를 바라고 있다.

너무 외롭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친절하지 않은 고양이가 곁에 있지만

그게 살 이유가 되지 않았다.

 


 

유도라는 전쟁을 겪었고 아빠를 잃었다. 아이가 되어버린 엄마를 돌봤고 일곱살 차이나는

동생 스텔라의 이기적인 행동과 모욕을 견디며 보살폈다. 아빠와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텔라가 자신의 약혼자가 도망갔을 때 유도라는 더 이상 자신이 행복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사랑 샘이 이혼후 유도라와 결혼하고 싶어했지만 엄마를

떼어놓을 수 없어 포기했었다. 유도라는 너무 많이 자신을 포기했었다.



 

스텔라가 아이를 갖고 유도라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아직 증오가 남아있던 유도라는

거절했고 스텔라가 남편의 폭력으로 죽음에 이르렀을 때 충격을 받았고 평생 후회가

뒤따라 다녔다. 그 때 스텔라를 받아주었다면 스텔라도 스텔라의 아기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그 일 이후 유도라는 자신이 행복하게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모든 걸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도라, 만약 스텔라가 언니의 약혼자와 도망치지 않았다면 그 모자란 남자와

결혼해서 너무 불행한 삶을 살았을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스텔라에게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스텔라가 유도라의 불행을 짊어지고 도망갔으니까.

 


 

 

아흔이 넘은 엄마가 오랜 고통을 겪다 삶을 마감하자 유도라는 그런 죽음을 맞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우연히 병원에서 만난 여자가 건넨 스위스의 삶을 선택하는 병원 전단지를

봤을 때 이제 자신이 스스로 죽음의 방법을 선택할 때가 되었다고 여겼다.

하지만 옆집에 수다스럽고 참견이 취미인 열 살 소녀 로즈 가족이 이사온 후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유도라는 조용한 걸 좋아했고 누구의 간섭이나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당연히 로즈는 귀찮은 아이였다. 거기에 개 두마리를 산책시키는 남자 스탠리의 친절도

버거웠다.



 

 

 

하지만 유도라는 로즈와 스탠리의 친구가 되어가면서 사는 기쁨, 어울리는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그게 다시 살고 싶은 이유는 되지 못했다. 결국 유도라는 모든 걸

정리하고 스위스로 떠나는데...

 

유도라는 착하고 참을성이 많은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녀에게 많은

짐을 지게 하고 유도라의 삶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나라면 절대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오로지 자신을 사랑했던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포기한 유도라.

누구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었지만 유도라는 그걸 누리지 못했다.

그러니 내가 유도라처럼 살았다면 나도 스위스로 향하는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녀의 마지막은 절대 외롭지 말라고 신은 로즈의 가족과 스탠리를 보냈던 것 같다.

남은 시간을 기쁘게 보내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라고.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어떤 죽음이 편안한 것인지 많은 생각이 들게 했던 소설이다.

유도라는 예의바르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좋은 사람이다. 그녀의 운명은 그녀를

힘들게 했지만 그녀는 견뎠다. 그게 참 아름답지만 답답하기도 했다.

사이 사이 그녀가 얼마나 경쾌하고 유머스러운지 알게되어 기쁘기도 했다.

좋은 운명을 만났다면 더 빛났을 유도라!

이제 그녀 곁에 좋은 사람들이 둘러쌓여 있어 안심이 된다. 이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천국으로 가는 길이 편안하기를 바랄 뿐이다. 안녕 유도라! 존경의 마음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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