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 공기좋은 곳에 매화꽃 곱게 피는 마을이 있다.
꽃이 지고 나면 매실이 한 가득 열리는 광양매실마을!
시아버지와 함께 밤나무를 베어내고 매실을 심었다는데 매실이 귀한 것을 그 때
어찌 알았을까. 일못한다고 시어머니한테 지청구를 들었던 새댁은 이제 팔순이
훌쩍 넘은 할머니가 되어 여전히 농부로 살아가고 있다.
들로 산으로 보약같은 나물을 뜯어 여기저기 퍼나 나르는 오지랖 넓은 홍쌍리 할머니.
그 인품에 여기저기 사람들이 찾아와 인연을 맺으니 돌아보면 험하게 살아왔지만
귀한 삶이 아닌가.
법정스님과도 인연이 있을 줄을 몰랐다. 좋은 터까지 일러주셨다니 매실마을 먹거리가
모두 약인 이유가 있었네. 바쁜 농부가 글은 또 어찌 이렇게 예쁘게 지었단 말인가.
마음이 꽃밭이라 글도 꽃이라 지나온 세월이 모두 꽃자리라.
인생 살아보니 잠깐인데 그래도 이름 석자 널리 알리고 베풀었으니 후회는 없을 것 같다.
거짓없는 자연과 더불어 지내와 사람도 자연을 닮았네.
평생 일군 매화는 이제 명물이 되었고 사람이 떠나도 꽃은 남겠지.
오래오래 건강하게 넉넉하게 살아가시길...
긴 말 없이도 몇 수의 시속에 인생이 그대로 녹아있다. 웬만한 시인 보다 더 시인같은
농부의 싯구에 때로 시큰하고 때로 존경의 마음이 절로 우러난다.
저 조그만 체구에 어디 힘이 있었을까. 사람은 작아도 삶은 찬란할 수 있다는걸 새삼
깨닫게 되는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