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내 딸 매실은 내 아들 1 - 아름다운 농사꾼 홍쌍리 자전시집 매화는 내 딸 매실은 내 아들 1
홍쌍리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쟁 전후로 태어난 세대는 삶 자체가 대부분 고단했다.

그래서 그 세대분들을 만나면 내 삶을 책으로 쓰면 몇 십권이 될거라 했다.

 

 

밀양에서 태어나 도시여자로 잘 살아가던 여자 홍쌍리가 왜 광양으로 시집을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애 셋 나은 것 말로 여자로 산 적이 없다는 말처럼 거친 땅을

일구는 농부의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손톱만한 텃밭도 힘들다고 지심도 안뽑는 나에게 이 시집은 회초리처럼 매섭다.

 

 

쌀밥도 어렵고 보리밥도 넉넉치 않았던 시절 자식 입에 밥 넣어주는 기쁨에

힘든줄도 모르고 살았던 엄마. 일하느라 애들 크는 것도 모른 체 억척스럽게 살아온

이야기에 코끝이 시큰해진다. 여자의 몸으로 밤나무를 걷어내고 매화나무를 심었다는데 팔순이 넘은 몸은 얼마나 무너지고 아플까.

매화꽃은 딸이되고 매실은 아들되는 그 시간동안 눈물, 콧물이 거름되었겠다.

 

 

쌍리여사는 매화말고 매실말고도 자식이 참 여럿이더라.

추천사를 써준 기자도 아들이고 수많은 연예인들도 모두 엄마라고 하던데.

가는 자식들 손에는 바리바리 보따리가 여럿이라 부럽기도 하다.

그 여린 몸으로 산으로 밭으로 다니면서 키운 것들을 아낌없이 나누는 모습에서

마음의 넉넉함이 보인다. 언젠가 그렇게 그리워 하던 엄니 보러 가는 길에 배곯지는

않겠네.

 

 

시(詩)를 따로 배우지 않아도 살아온 인생 담담히 써놓으니 시가 된 쌍리여사.

진솔하게 풀어놓으니 참 시인이 따로 없는데 곳곳에 그리움과 애틋함이 가득하여

살아온 시간이 그대로 들어앉았네.

이제 더 이상 일하지 말라는 아들의 잔소리가 언제나 잠잠해지려나.

모든게 자연의 감사라 말하는 천상 농부의 농심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누가 준다면 새벽에도 달려가 모았다는 장독을 보니 뭐든 담고 삭혀 나누고 싶은

엄마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아픈 아내를 업고 급하게 병원에 달려갔지만 높은 산 때문에 지체되어 결국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인도의 어느 남편이 곡괭이와 삽으로 산 하나를 허물었다더니

산 하나를 허물만큼의 공력으로 매화를 가꿔 무한한 인간의 능력을 보여준 홍여사의

삶에 깊은 존경을 보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