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여덟이면 세상이 불공평해보이고 나만 옳은 것 같이 느껴질 나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여물지 않은 그런 나이. 강산이는 그 나이보다 어릴 때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마흔 일곱의 젊은 나이에 예감도 없이 그렇게 떠나버렸다.
아빠는 다정했고 성실한 사람이었고 엄마와 여동생인 별이와 함께 네 사람은
행복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떠나버렸고 그것보다 더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엄마가 아빠가 떠나고 고작 1년 만에 재혼을 한 것이었다.
아빠가 주로가던 단골 커피집 사장인 브랜든이란 남자와.
이해가 되려나? 어느 누구라도 이해가 되나? 강산은 그런 엄마가 싫었고 새아빠
브랜든도 싫었다.
친가쪽 가족들도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도 수근거렸다. 남편 보내고
1년만에 재혼을 한 것도 그렇지만 커피점이 들어선 건물을 아빠의 사망보험금으로 사줬다고
수근거렸다. 남자에 미쳐서. 브랜든은 엄마의 돈을 보고 애딸린 과부를 홀렸다고도 했다.
강산이는 점차 브랜든이 의심된다. 혹시 엄마의 돈을 보고 달려든 사기꾼이 아닐까.
브랜든이 엄마와 재혼한 후 강산이는 커피냄새가 역해졌다. 속이 울렁거리고 토하기까지
한다.
절친인 재범이는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지만 키가 작었다. 그래서 그런지 키큰 여자애를
좋아했다. 오로라는 재범이가 요즘 사귀고 있는 여친인데 재범이가 너무 들이대는 바람에
오로라가 재범이에게 헤어지자고 말한다. 증인으로 강산이를 앞세워서.
그 오로라가 강산이에게 친근하게 다가오자 당황스러운데. 오로라는 SNS를 뒤져서 강산이가
알고 싶어하는 정보들을 전해준다. 말하자면 브랜든이 10년 사귄 여친이 있었고 지금 근처에서 악세사리 장사를 한다는 것까지. 강산이는 브랜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그녀를 만난다.
강산이는 브랜든의 전 여친에게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여자와 오래 사귄 브랜든도 어쩌면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강산이는 아빠를 잃고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그래서 불과 1년 만에 재혼한 엄마를 미워했다.
마치 그 자리를 브랜든이 기다렸다는 듯이 꿰찮게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아빠를 잃은 아이들, 한쪽 부모와 사는 아이들 거의 모두 재혼이 반갑지 않을 것 같다.
그 자리를 빼앗긴 느낌, 왠지 행복해지면 안될 것 같은 죄책감, 잊혀질까봐 두려운 마음..
그런 마음들이 뒤엉켜 스스로에게 방망이질을 해대야만 부당하지 않을 것 같아서.
왜 커피냄새가 그리 싫었는지, 알레르기가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저 커피일 뿐인데. 그건 아빠의 기억이었고 그리움이라는 것도.
조금 찌질했지만 여린 강산이에게 다독다독 등을 두드려주고 싶다.
언젠가 분명 그 깊은 커피의 냄새와 맛을 잘 알 수 있을 거라고, 중독되지나 말라고.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헤어져 살아야 하는 모두에게
위안이 될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