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온도가 전하는 삶의 철학
김미영 지음 / 프로방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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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안에 고이는 것들이 생긴다. 어떤 건 잊혀지기도 하고 어떤 건 도무지

움직일 기미없이 깊숙이 가라앉아 수시로 기억나게 한다.

대체로 좋은 기억보다는 슬픔이나 고통같은 것들이 그렇다.

 

 

인간의 뇌는 약아서 고통스런 기억은 쉽게 잊히게 하는 기능도 있다는데 다 그런건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저자처럼 고인 기억들을 끄집어내서 세상에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은 마주보고 극복하겠다는 의지처럼 보여서 부럽다.

저자의 글들중에 가장 많은 부분은 바로 아이들과의 부딪힘이었다. 아마도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었던 것 같다. 나도 그랬다.

 


 

섬에 들어와 살게 된 계기가 바로 아들때문이었다. 당시 중2였던 아들과의 갈등이

극에 달해 집에 경찰이 들이닥치는 지경까지 이르고 말았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다 훌쩍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때문에 무서웠던 기억들.

결국 나는 극복하지 못하고 도망을 선택했다. 저자도 중2병에 게임중독인 아들때문에

맘고생이 심했던 것 같은데 나처럼 도망치지 않고 극복한 것 같아 다행이다.

곁에 '고기 먹으러 가자'던 남편이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엊그제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면서 아들보다 내 반려견이 좋은 이유를 썼다.

지금은 안부전화조차 없는 아들보다 곁에서 나만 바라봐주는 토리가 있어 위안이 된다.

누군가는 버리고 학대한다는 뉴스가 이어지는데 가끔 인간이 동물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말못하고 인간의 처분만 기다리며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면 절로 마음이 숙연해진다. 저자도 나와같은 경험을 했구나. 여러가지로.

내가 많이 힘들때 하나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기특한지 많은걸 깨달았었다.

 

 

의상학과를 나왔지만 글솜씨가 좋아 작가가 된 사연도 참 흥미롭다.

결국 가야할 길을 제대로 잘 걸어온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 아이들도 엄마를 인정하고

오래전 철없던 시간들을 반성하지 않을까. 엄마의 죽음과 동생과의 이별등에 대한

감성도 애틋하다. 살아온 이야기를 마음 담그기 딱 좋은 온도로 편하게 쓴 글이라

더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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