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패
미아우 지음 / 마카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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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정조의 비밀편지'라는 책을 본 적 있었다. 조선은 알다시피 당파싸움에 멍든

국가였다. 군주가 대신들의 권력에 힘을 쓰지 못하고 휘둘리거나 가끔 정신차려 정리를 하려다보면 쫓겨나기도 하는 그런 나라! 건국초기에는 왕의 힘이 강했지만 갈 수록

어지러웠다. 강력했다는 영조대에도 그랬고 결국 사도세자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사도세자의 아들로 조선시대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정조역시 이 당파의 물결을

이겨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자신을 휘두르려는 노론벽파의 지도자 심환지와 나눈

편지가 발견되어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이 책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당시 정조는

적을 끌어들여 이용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 편지는 불태워지거나 세초되어 없어져야

했지만 어쩐 일인지 발견되어 정조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비밀편지를 전하고 답장을 받기 위한 인물이 있음은 당연하다. 이른바 '팽례'라고 부르는 인물이 된 재겸. 그는 개성상단의 사환이었던 재겸은 대행수 길평의 명으로 청나라로 보낼 인삼의 수송을 맡았지만 어인일인지 인삼은 가짜였고 그 일로 되돌아온 재겸은 단주내외와 함께 도륙된다. 하지만 의형제인 서조에 의해 구조된 재겸. 하지만 그는

단주내외를 죽인 범인으로 수배되고 만다. 길평의 음모였다.

그리하여 재겸은 사조와 함께 전국을 돌며 사라진 길평을 찾아 헤매는데..

 

 

재겸은 상대의 얼굴표정을 읽어 심리를 파악하는 재능이 있었다. 전국 투전판을 돌며

투전꾼들의 얼굴을 읽어 돈을 따내고 길평의 흔적을 찾아보지만 아직 오리무중이다.

어느 날 투전판을 덮친 군졸에게 체포되어 끌려오게 된 길평은 한 남자의 제안을

받게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던 천재 정약용. 그는 재겸의 능력을 필요로하는 정조에게 그를 인도하는데...

 

 

정조는 자신을 압박하는 벽파의 수장 심환지와 비밀편지를 교환하고 있었고 그 일을

재겸에게 맡기려 한다. 과연 심환지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하지만 심환지는 늙은여우처럼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더구나 재겸이 상대의 표정을 읽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과거 재겸의 사건을 내세워 재겸을 압박한다. 일에 성공하면 과거 자신의 사건을 재조사해주겠다는 정조를 따를 것인지 약점을 쥐고 압박하는 심환지를 따를 것인지 낭패지경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길평, 그는 재겸을 알아보고 그를 제거하려한다.

사방팔방 도망갈 구멍이 없던 재겸은 덫을 놓아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낭패란 단어에 이런 뜻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재겸의 능력은 축복이 아닌 저주가

아니었을까. 권력을 쥐고자 하는 자들에 의해 운명이 좌지우지 되는 사건을 맞이한

재겸은 과연 무고를 밝히고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무심코 집어 들어 읽다가 오호 하는 찬탄이 터져나왔던 소설이었다.

정조의 비밀편지를 읽고 이런 스토리를 구상하다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팽례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당시 권력의 피바람을 그리며 역사의 시간을 되돌린

작품이다. 더구나 정조의 마지막 비밀편지의 반전은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독자들의

뒤통수를 친다. 상대를 읽어내는 능력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을 것 같다.

저자의 노고와 필체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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