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스펙트럼 안전가옥 FIC-PICK 5
배예람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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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편의 단편을 읽다보면 저세상 어딘가에 여행을 떠난 것 같은 느낌이다.

환경오염으로 낮은 곳보다 높은 곳으로 향해야 했던 인류가 바벨탑같은 건물을

지어 높은 층을 향해 질주하는 '수직의 사랑'은 단순한 듯 하지만 어느 시대이건

층간 벽이 존재하는 인간의 욕망을 그린 것 같아 다소 씁쓸하기도 하다.

 

 

닿을 수 없는 높은 층에서 온갖 쾌락과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과 아래층에서 허덕이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 이런 모습은 인류의 역사이래 늘 그래왔던 우리들의 모습아닌가.

 

 

아마도 지금 현존하는 인류가 다 소멸하고 다른 인류가 등장한다 해도 벌어질 일들이다.

일단 인간들은 평등하기를 거부한다. 누군가를 짓밟고 위에 서야 행복해하는 족속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안에서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도약하고자 하는, 정의롭고자 하는

이들은 또 늘 존재할 것이다. 그게 또 인류의 장점이기도 하니까.

 

 

우주 어딘가 존재한다는 라뮈스 성이란 별. 무성의 쌍동이를 태어나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분화하여 남자나 여자가 된다는 요상한 별이다.

하긴 인간도 그렇다고 한다. 처음 난자와 정자가 만났을 때는 무성이었다가 어느 시기가 되면 호르몬 배분에 따라 성이 결정된다고 하니 별반 다르지 않을 것도 같다.

그곳에서도 자신의 성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존재는 있었다. 시대가 지나다 못해 별을 넘어서도 이런 일들이 있다니 저 먼 별나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접는다.

 

 

무림의 여고수라. 그것도 불혹을 넘긴 퇴물 고수라. 고수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면서도

늙은 퇴물 고수는 어떻게 살아가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네. 동방불패에 등장한 여고수들,

마치 여기 등장하는 미모의 천후는 임청하의 모습과 겹친다.

천제의 아내가 된 무림의 고수가 어린시절 따르던 사매를 찾아 천제의 불륜을 조사해

달라니 소설의 발상자체가 맹랑하다. 하지만 단숨에 몰입시키는 재주가 뛰어나다.

시대가 변해도 남의 스캔들은 재미있으니까. 더구나 퇴물 무림고수 탐정과 최대 권력자 부부의 스캔들이라...

 

인간의 형상으로 변할 수 있는 여우의 항변도 재미있다.

사람의 간을 빼먹었다느니, 구슬을 뱉는다느니...그건 다 인간이 지어낸 얘기란다.

하긴 역사상 여우가 자신의 얘기를 스스로 고백하는 저서가 없으니 인간이 지어낸

말은 맞다. 인간이든 요괴든 경계를 넘어선 사랑은 어디에든 존재한다는게 중요하다.

 

시대를 넘어, 차원을 넘어 어느 공간에서든 고군분투하는 여자들이 있다.

역사는 남자들이 바꿔놓은 것 같지만 그 뒤에 영리한 여자들이 있다는걸 기억하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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