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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상담실 ㅣ 바다로 간 달팽이 23
박현숙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1월
평점 :
일단 '1'이란 숫자가 들어가면 최고라는 뜻이 아닌가.
학교 상담실이란 곳이 대체로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나 드나드는 곳이라는
편견이 있어서그런가. 아무리 1등급이라도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연애상담만을 하는 중학교 상담실이라면 문이라도 열고 싶어진다.
중학생들의 연애를 인정한다는 뜻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중학교2학년 신우는 인기여학생 소라와 30일째 사귀는 중이다.
소라가 산 빨간 티셔츠에 어울리는 빨간 구두를 갖고 싶다는 말에 중고거래를
이잡듯 뒤지다 정말 딱이다 싶은 빨간 구두를 발견했고 소라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날부터 이상한 문자가 오기 시작한다.
'그 구두 저에게 파세요. 값은 원하는대로 드리겠습니다.'
왠 정신나간 사람의 문자려거니 해서 천 만원을 불렀더니 기꺼이 사겠다고 한다.
헐 중고 구두를 천 만원에 사겠다는 이 정신빠진 사람은 누구인가.
빨간 구두를 선물받고 너무 좋아하던 소라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천 만원에 다시
팔아야 하나. 아님 포기해야하나. 갈등속에서 소라에게 슬쩍 얘기를 건넸더니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소라는 30일 기념으로 요트를 타자고 하더니 빨간 구두까지
야무지게 챙겨신고 나왔다. 하지만 실수로 구두 한짝이 바다로 떨어지고 마는데...
더구나 짧은 치마가 펄럭이는 걸 막아보겠다고 뻗었던 손이 소라 다리에 닿는 바람에
졸지에 '다리나 탐내는 놈'으로 낙인찍혀 절교까지 당하고 말았다.
하긴 인기쟁이 소라가 자기처럼 별볼일 없는 아이를 좋아할 턱이 없었다.
그러던 중 학교 상담실에 너무나도 예쁜 상담선생님이 등장한다.
오로지 '연애상담'만 한다는 이상한 선생님.
하필 소라와 언쟁하는 모습을 본 선생님이 상담실로 신우를 이끌었고 자신도 모르게
소라에게 차였다는 사연을 얘기하고 만다.
상담실 선생님은 신우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신 빨간구두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해온다.
도대체 그 빨간구두가 뭐라고 서로 탐내는지 모르겠지만 나머지 한 짝의 존재도 모르는 신우는 우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청을 수락한다.
그렇게 시작된 빨간 구두를 찾기 위한 여정과 더불어 신우가 우연히 목격한 3학년 선배들의 싸움장면이 얽히면서 신우에게 거미줄같은 복잡한 사건들이 꼬여든다.
작가는 말미에 어린 시절 읽었던 '인어공주'이야기를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헌신했는데 거품이 되어버린 결말이 늘 잊혀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렇게 다시 자신의 소설로 인어공주를 살려내다니...
세상물정 모를 것 같은 중학교 2학년에게도 사랑도 실연도 질투도 있다는 사실이
조금 놀랍기도 하지만 나름 그러면서 어른이 되는 길이 아니겠는가.
좋아한다면, 그리고 오해가 생겼다면 솔직하게 속을 터놓고 얘기했더라면 신우처럼
먼길을 돌아가지 않았을테지만 결국 운명은 좋은 길로 인도한 것 같아 다행이다.
1등급 상담실의 선생님은 지금쯤 열 세켤레의 구두를 들고 또 어느 학교를 향하고
있지 않을까. 애들만 상담하지 말고 어른들도 상담해주면 좋으련만.
구두를 다 나눠주고 바다로 잘 돌아가기를 기도할게.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