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참 낙관적이기도 하고 체념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뭘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까.
학원강사로 일하는 라경은 재혼한 엄마의 남편인 이기섭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렇게 오랫동안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엄마를 폭행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어린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였다.
그 충격으로 엄마는 아파트 창문밖으로 뛰어내렸고 이후 남겨진 할머니와 라경은
죽은 사람처럼 살아오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 심지어 사랑했던 남자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아니
그래서 더 말할 수 없었다. 이후 라경은 남자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직접하기에는 힘어 없었기에 살인청부업자를 찾아나섰다. 그렇게 찾아낸 것이
연이었다. 직업상담소라는 업체로 위장된 사무실에서 라경은 의뢰서를 건넸고 그동안
현금으로 착실하게 모아놓은 돈을 그들이 지정한 카페에 택배물건처럼 보냈다.
그리고 그가 죽었다는 연락이 있었다. 뺑소니교통사고에 의한 죽음.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자축의 밤이 지났는데 그 죽음이 자신들이 한 일이 아니었다는 연의 통보를
받는다. 그리고 착수금이 되돌려오고. 형사들이 라경을 찾아온다.
의붓아버지였던 남자를 최근에 만난적이 있었는지 그가 운영하는 카페에 간 적은
있었는지를 물었다. 물론 라경은 이런 상황을 예측했었고 차분하게 준비된 답변을 건넸다.
문제는 라경의 의뢰로 남자가 죽은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 의해 그가 죽었다는 사실이다.
그 남자는 라경 자신이 죽여야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남자는 우연한 사고로 죽은 것일까.
남자가 죽음에 이르는 20여년 동안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유산으로 별 걱정없는
삶을 살았다. 엄마의 죽음이후 십자수 놓는 일에 몰두했다. 할머니의 집에는 온통
십자수 작품이 즐비하다. 고통을 견디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라경은 남자의 죽음에 의혹을 품고 행적을 쫓던 중 할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다. 그 날 그 소식을 들었던 시간, 그녀의 곁에는 연이 있었다.
이후 할머니의 장례식과 라경의 여행에 동행했던 연. 그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
살인청부업자들에게 비밀은 필수였다.
결국 생각지도 않은 반전이 일어난다. 여러 아이들을 성폭행하고 여자들을 폭행했던
남자를 죽인 진짜 범인이 드러났다. 믿어지지 않는 인물이다.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라경의 어둠과 아픔때문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도 라경처럼 그 남자를 죽여줄 청부업자를 찾았을 것이다.
아니면 총이라고 하나 구해서 직접 단죄했을지도 모른다.
'죽여야 마땅한 사람들'은 분명 있다.
그래서 비밀스런 조직인 '연'이 어딘가 실제했으면 좋겠다. 신도 공권력도 해결하지
못한 악을 누군가는 쳐부서야하지 않겠는가.
차분하지만 화산이 폭발할 것같은 긴장감으로 책을 펴는 순간부터 멈출수가 없었다.
몰입도 높은 스토리에다 반전의 반전을 더하는 기법까지 정말 대단한 소설이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면 대박날 소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