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우리 동네 한바퀴 - 우리의 시작은 북촌에서
중앙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이한솔 교사 지음 / 마음의숲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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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동네의 골목길을 걷고 있노라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것만 같다. 적어도 몇 십년씩은 되었을 낡은 간판들과 또 함께 오래된

주인장들. 그래서 북촌 한옥마을이나 가회동, 계동같은 곳을 가면 시대를

되돌려 간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서울에서 태어나 아주 오래 서울에서 살았던 나도 이제는 너무 변해버린 서울 거리에서

어릴 적 추억이나 서울의 옛모습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서울의 가장 중심지이면서도 묘하게 변함이 적은 안국동 입구에서 가회동이나

계동으로 이어지는 돌길을 걷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행복해진다.

 


 

풍문여고를 지나 정독도서관에 이르는 길도 좋고 한옥들이 즐비한 북촌길도 좋다.

그저 지나가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진짜 모습은 어떨까.

계동 한 가운데 자리잡은 중앙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이색 이벤트를 보면서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이한솔교사에게 존경의 마음이 솟는다.

 


 

책도 그닥 읽지 않고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아이들에게 잠시 눈을 돌려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 주변을 돌아보라고 시작한 일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시를 써보다니...시는 시인들만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아이들이 처음에는

좀 황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냥 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시의 대상이 되는

주인공들과 인터뷰도 하고 제대로 사고를 친 셈이다.


 

그저 스처 지나가는 정도의 가게들을 직접 방문하고 체험하고 주인장들과

역사를 따라가는 인터뷰를 하고 나서는 계동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 안에 사람들이 보이고 시간이 보인 것이겠지.

아마 아이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 프로젝트를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추억처럼 이 길을 다시 찾을 것이다.

 

나름 시어를 고르느라 얘쓴 흔적들이 보인다.

누군가는 좀 서툴기도 하지만 이제 겨우 중학교1학년생들의 작품이라고 보면

상당히 잘 썼다. 마음을 담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리라.

덕분에 나도 그저 스쳐지나가는 그 길들이 다르게 보였다.

어떤 가게는 일부러 검색을 하고 언젠가 꼭 들러보고 싶다고 마음먹기도 했다.

 

계동 한 군데에서 시작한 동네 한바퀴가 우리나라 곳곳에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것, 내가 살아가는 곳, 내 아이들이 살아갈 이땅에

대해 깊은 눈으로 살펴보는 일이 얼마나 행복하고 중요한 일인지 이 책을 보며서

다시금 깨닫는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너무 수고 많았어요.

그리고 북촌길을 지키는 주인장님들 오래오래 그 길에 계셔주시기를...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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