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봉 평전 - 석봉 한호의 천자문 이야기
박종민.다니엘 최 지음 / 행복우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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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의 삶을 책으로 엮는다는 것은 또다른 역사의 기록이고 이미 죽었다면

다시 살아 일으키는 마법같은 일이다.

거기다 남아있는 자료도 많지 않았다면 몹시 힘이 드는 그런 일.

그럼에도 하지 않으면 안되는 뭔가가 이 책의 저자들을 이끌어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든 것이다.

 


 

조선시대, 아니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글씨를 잘쓰는 명필로 이름난 한석봉의 일생은

노력과 인내와 시류를 거스르지 않는 겸손으로 채워진 것이었다.

우리는 때로 상대의 글씨체를 보면서 성격이나 인간성등을 평가하기도 한다.

지금이야 나처럼 워드나 문자로 글을 쓰지만 과거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글을 쓰는

시대에는 예쁘게 글을 쓰기 위해 무척 노력했었다. 의외로 예쁜글씨를 쓰기가 쉽지

않았다. 하물며 연필이나 볼펜도 아니고 먹을 갈아 붓으로 쓰는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더 어려웠을 것이다.

 


 

심상치 않은 태몽을 꾸고 태어난 아이 한호!

몰락한 양반가문의 후손으로 황해도 땅에서 태어난 호는 몸이 약한 아버지의 이른 죽음과 가난으로 떡장사를 하면서 생계를 책임진 어머니, 어린 호의 재능을 알아보고 아낌없이 이끌었던 할아버지의 정성으로 재능을 키워나간다.

낙양의 종이값이 올라갈 만큼 이 세상에 명필로 이름을 떨칠아니는 거저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양반가의 딸이었지만 생계를 위해 떡장사를 했던 어머니는 어린 호를 스승들에게

보내고 그리움을 달래며 살아간다. 성공하여 떳떳하게 어머니를 만나고 싶었던

호가 서법대회에서 장원을 하고 달려갔건만 어머니는 호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던 그 일화. 불을 끄고 떡을 썰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

어머니의 그런 훈육이 자칫 자만에 빠질지도 모를 아들을 다시 일으켜세운다.

 

 

그런 노력으로 조선제일의 명필로 이름을 떨치고 멀리 중국에까지 그의 글씨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정작 한석봉의 삶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조선시대 역대 왕들중 가장 모양빠지는 왕으로 기록되었던 선조와 인조.

그중 선조의 총애를 듬뿍 받았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랄까.

지방수령을 전전하면서도 청렴한 관료가 되고자 노력했던 한석봉이지만 어느시대나

시기와 질투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그럼에도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가장 최선의 길을 선택했던 한석봉의 일생이 존경스럽다.

 

책의 말미에는 한석봉의 일대기를 써보겠다고 의기투합했지만 부족한 자료때문에

힘들었다는 하소연이 있다. 왜 한석봉의 자료가 많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언젠가

고산자 김정호의 일대기를 쓰면서도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던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이순신 장군처럼 일기라도 써서 남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리 남들을 위한 글은 많이 남겼지만 정작 자신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니 말이다.

그럼에도 세상에 다시 그를 일으켜세운 두 저자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

이 책은 어른 뿐만이 아니라 어린 세댸들에게 꼭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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