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와 마고의 백 년
매리언 크로닌 지음, 조경실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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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공평한 곳인가? 열 일곱의 소녀에게 이른 죽음이라니 여든 셋의 노인에게도

죽음은 불공평하게 보일 것이다.

살 가망성이 없는 환자들을 모아 놓은 레이 병동에 가장 어린 친구 레니가 있다.

스웨덴에서 이민온 소녀로 몸에는 온갖 줄들이 치렁거렸고 외출이라곤 병동 옆

성당뿐이다.

 

 

성당에는 이제 곧 은퇴를 앞둔 아서 신부가 있다. 레니는 신도석이 늘 비어있는 성당이

몹시 안스럽다. 병원에서는 입원환자를 위한 미술치료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얼마 전 쓰레기통에서 뭔가를 훔치는 할머니를 그 곳에서 만났다. 바로 마고였다.

레니와 마고는 그러니까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다. 물론 우리도 그렇긴 하다.

그림솜씨가 썩 좋은 마고와 그저그런 레니는 자신들의 나이를 합친 '백 년'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는 말하자면 레니와 마고가 지나온 시간들을 그리는 것이다.

마고는 전쟁을 겪은 세대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잘 사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린아들을 일찍 떠나보낸 아픔이 있다. 레니 역시 아버지를 떠난 엄마에 대한 아픔이 있다.

마고의 남편은 아들의 죽음이후 그녀를 떠났고 그녀는 남편을 찾기 위해 경찰서에 왔다가 아주 개성이 강한 여자 미나를 만나 함께 살기 시작한다.

 

 

미나는 마고보다 일곱살쯤 어렸지만 소심하고 겁이 많은 마고보다 훨씬 용감했고

멋진 여자였다. 둘은 사랑을 느끼지만 미나가 유부남인 교수와 사랑에 빠지자 마고는

그녀 곁을 떠났고 늦은 나이에 천문학자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한다.

레니는 고작 열 일곱장의 그림을 그릴만큼 해줄 얘기가 많지 않았다.

그저 아서 신부에게 말한 것처럼 자신이 왜 죽어가고 있는지 신에게 불만이다.

그럼에도 레니곁에 있는 사람들은 레니의 긍정 기운을 받아 행복을 느낀다.

마고도, 아서신부도, 신입간호사도 그랬다.

 

 

하지만 다가오는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 레니와 마고의 백 년 프로젝트가 끝나고

레니는 죽음을 맞는다. 은퇴한 아서신부의 마지막 인사가 참 멋있다.

"천국에 가면 말이다. 거기 있는 놈들 전부 지옥 맛 좀 보여줘."

성직자인 아서 역시 열 일곱의 어린 소녀를 불러들인 신을 용서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죽음을 앞두거나 그런 환자들 돌보거나 상당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어둠을 마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내려는 마고와 레니의 프로젝트는 참 멋지다.

레니가 천국이 시작되는 터미널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여정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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