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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여행하는 수렵채집인을 위한 안내서 - 지나치게 새롭고 지나치게 불안한
헤더 헤잉.브렛 웨인스타인 지음, 김한영 옮김, 이정모 감수 / 와이즈베리 / 2022년 11월
평점 :
인류는 지금 행복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첫 번째 질문이었다.
우리가 아무 위험없이 번영만 누리고 모두 행복했다면 이 책은 결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가 없는데 처방전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시작된 지구촌은 열기로 뜨겁다. 현장에 가지 않아도 따뜻한 거실에서, 혹은 시원한 안방에서 큼직한 TV로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형편만 된다면 현장에 가는 일도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와 정반대에 있는 남미도 하루 정도면 닿을 수 있다.
인류가 베링기아를 건너 다른 대륙으로 흩어질 때를 생각하면 물론 시간이 엄청 필요했지만 이동에 대한 것만큼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동수단이나 시간뿐이랴. 그동안 인류를 괴롭혀왔던 수많은 질병들도 웬만하니
이겨왔고-물론 코로나처럼 또 다른 적이 늘 나타나겠지만-수명역시 원시시대에
비해 몇 배나 늘었다. 몸을 많이 쓰지 않아도 먹을 것을 얻을 수 있고 바다 건너에
있는 물건도 며칠 정도면 우리집 현관에 도착한다. 그러니 인류 역사상 가장 번영된
시간에 이르렀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과연 지금 행복한가.
문제는 늘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 문제가 수렵시대 우리 조상이
느꼈던 위협이나 스트레스보다 더 위험하다는데 있다.
'생물학에서는 진화에 비추어보지 않으면 어떤 걸로 이해할 수가 없다'는 유전학자의
말처럼 지금 우리가 느끼는 위협적 문제는 인간의 진화에서부터 시작하면 그 해답이
보인다고 한다. 자연에서 멀어지면서 인간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오히려 더 약화
되었고 발달된 의학은 인류의 면역을 오히려 더 약화시켰다는 주장에 동감한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문제점들에 대한 완벽한 처방전은 아니겠지만 구성별로 나온
처방전은 전혀 낯선 해답이 아니었다.
몸을 매일 움직이고-과거 우리 조상에 비해 확실히 덜 움직이는건 맞으니까-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고 최대한 자주 맨발로 지내라.-맨발로 다니다가 발을 다치면 어쩌지-.
몇 년전부터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나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수면제를 먹어야하나. 술을 먹어야하나.
'일찍 잠자리에 들어라', 매일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라', '자는 동안 침실을 어둡게 하라'. 참 단순한 처방이다.
지금 인류에게 닥친 '기후변화'의 위협도 어쩌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역으로
행하면 회복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우리를 저 먼 과거로 돌려 인간의 본성을 되돌아
보게한다. 그 속에 해답이 있고 미래의 길이 있다.
저명한 진화생물학자인 저자 부부의 이 처방전은 그야말로 '유레카'이다.
확실히 진화에 그 해답이 있었다. 스스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처방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