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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모르는 진실 ㅣ 특서 청소년문학 29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0월
평점 :
윤아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니? 그길 밖에 없었니?
고2 윤은 옥상위에서 몸을 던졌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몇 달 후의 일이다.
정말 너무 어이없는 죽음이었다. 그 날 학원버스를 타고 학원을 갔더라면, 아파트 후문으로 나가지 않았더라면, 엄마는 죽지 않았을까.
하필 그 날 엄마가 쉬는 날이라 학원버스대신 차로 데려다 주려고 했다. 정문보다 후문이 빨라 그 곳으로 향했는데 택시가 앞을 막고 있는 바람에 지체가 됐다. 그리고 만취한 승객이 내리고 경적을 울렸다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지각이 염려되었던 엄마는 남자를 말리기 위해 차에서 내렸고 남자의 떠밀림에 넘어져 즉사했다. 그렇게 쉽게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걸 나오 윤이도 알지 못했다.
엄마와 이혼한 아빠는 지방에 있고 홀로남은 윤은 많이 힘들었다. 그렇지만 그 외로움으로 죽음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엔지 시네마라는 동아리 활동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괴롭힘이 문제였다. 부모님이 외국여행을 떠났다고 자신의 집으로 모이자고 한건 성규였다.
그렇게 아이들이 모였고 술을 마셨고 술에 취한 윤의 사진이 학교 아이들에게 돌려지기 시작했다.
누가 그런 사진을 찍고 돌렸을까. 그리고 동아리 멤버이면서 어린시절부터 친했던 소영이도 비밀이 있었다. 그 날, 윤의 엄마가 죽던 날, 윤이가 탔던 차 뒤에 소영엄마의 차가 있었고 소영이 있었다. 경적은 윤의 엄마가 울린게 아니고 성질급한 소영이었다. 그 일로 윤의 엄마가 죽었음을 알게 된 후 소영은 입을 닫았다. 물론 소영엄마의 단도리 때문이기도 했다.
그 사실이 알려져 살인자라는 오명을 쓸 수는 없었기 때문에.
신생 카톨릭계 나경 고등학교는 신도시에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지어졌다. 수녀님이 교장이었고 아이들은 엄격한 통제를 견뎌야 했다. 그런 학교에서 윤의 자살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교장은 엔지 시네마 동아리를 담당했었고 윤의 담이이도 했던 현진선생에게 사건의 전말을 조사하라는 명을 내린다. 그렇게 시작된 사건의 진실들.
동아리 멤버였던 성규, 우진, 동호, 소영은 윤의 죽음 이후 윤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나는 너희가 한 모든 일을 알고 있다'.
이 일을 조사해서 학교 본관 게시판에 올리고 처벌하지 않으면 교육청에 고발하겠다는 협박편지가 교장에게도 날아왔다.
동아리 아이 모두 현의 죽음에 책임이 있었다. 사진을 찍은 아이, 그 사실을 함구한 아이, 그 날 경적을 울린 아이, 그 현장을 보고 나중에 현에게 사실을 알린 아이.
현이 옥상에 오르던 날 마주쳤던 교장선생과 현이 죽기 전 날 할 말이 있다고 찾와왔지만 급한 회의 때문에 말을 들어주지 못했던 현진선생.
사진을 찍지 않았더라면, 그 사진을 학교아이들에게 유포하지 않았더라면, 그 사실을
못본척하지 않았다면,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면, 아이를 만나 얘기를 들어줬더라면...
우리는 현이가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수많은 경우를 생각한다.
현의 죽음이후 날아온 편지, 그 사실을 교육청에 고발하겠다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혹시 현이 죽기 전 누구에겐가 편지를 맡기고 뒷일을 부탁한 것은 아닐까.
가슴 아픈 소설이다. 읽는 내내 김려령의 '우아한 거짓말'이 떠올랐다.
사는게 힘들어 죽음을 선택하는 많은 아이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상처와 고통들.
내가 말을 들어주었더라면, 관심을 가졌더라면....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라는 후회와 고통이 사는내내 따라다닌다는걸 난 누구보다 잘 안다.
안녕 동생, 누나가 좀더 너에게 관심을 가졌더라면 넌 거기 가지 않았을테지?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고 후회와 그리움이 밀려왔다. 이런 고통과 후회의 시간이 없도록 조그만 더 다정해지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