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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는 중입니다, 이 결혼에서 - 사랑과 결혼 그리고 삶이 던지는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기록
박진서 지음 / 앵글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는 말도 있고 '결혼전에는 눈을 크게 뜨고 결혼후에는 눈을 반쯤 감아라'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결혼은 인생에 있어 엄청난 선택이고 인내를 필요로 한다는 뜻일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은 '운명'이 아닐까 싶다. 내가 선택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이미
예정되어진 어떤 운명같은것. 그래서 여기 이 책을 쓴 저자도 너무 쉽게 결혼을
결정했든 것은 아닐까. 이미 짝으로 결정되어진 사람이기 때문에 고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17년을 함께 살면서, 시력을 잃어가는 남편을 지켜주면서 결혼에 대한, 이혼에
대한 고민이 왜 없었을까.

나처럼 부정적인 사람은 초긍정적 사고를 지난 저자의 남편을 보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다.
물론 같이 사는 사람은 속터질 일이 한 두번이 아니겠지만 시각을 잃어가는 극한 상황에서 좌절하고 우울해하고 짜증을 내는 사람이었다면 이 결혼을 결국 깨지지 않았을까?
물론 난 이 결혼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저자의 인내심과 배려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는 결코 착한사람이 아니라고 하지만 결국 아내는 착한 사람이었다고.

빚만 잔뜩 진 남자와의 결혼. 물론 젊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지만 나라면 정말 많이
고통스러웠을 것이고 결국 포기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참 기특하기 짝이 없는 아내였다.
잔소리를 폭탄처럼 퍼붓기도 하고 결국 병이 도지는 상황이 생겼지만 포기하지 않고
남편을 지켜냈다는 것 자체로만도 상을 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렇게 책으로 보상받을 기회도 잡고 말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다시금 깨닫는다.
힘든 상황에서도 블로그활동을 하면서 자신을 드러내고 소통함으로 치유의 보상을
받았던 것 같다. 글로 써놓으면 말로 흩어지는 것들을 붙잡을 수 있다.
그래서 나를 다시 들여다 볼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저자가 이 기회를 잘 잡아서 다행이다.
아이 대신 선택한 '까꿍'이도 정말 잘 선택한 일이다.
나 역시 강아지를 싫어했던 사람이지만 지금 반려견 토리를 키우면서 내가 얼마나 변했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에 저자의 선택에 박수를 보낼 수 있다.
초긍정 남편은 정말 결혼 잘했다.
마더 테레사의 사주를 가졌다고 했나. 정말 맞는 것 같다. 평생 남편을 위해,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삶이 뭐가 다르겠는가. 오래오래 더 행복하게 잘 살아가기를 멀리서 축복한다.
그리고 쓰고 있다는 소설도 언젠가 내 손에 들어올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