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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모르는 스무 살 자취생활 - 생활과 생존 사이, 낭만이라고는 없는 현실밀착 독립 일지
빵떡씨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0월
평점 :
인생의 쓴맛을 보려면 자취를 해봐야한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이다. 진정한 성인이 되려면 자취가 필수!

왕복 네시간이나 걸려 학교와 회사를 다녔다니 그 의지가 정말 대단하다.
나라면 진작 원룸이라도 얻어서 학교나 회사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시켰을 것이다.
내품안에 있어야 안심이 되는 맘을 모르지는 않지만 혹시 경제적인 문제로 독립을
못시켰던 것은 아닐까.

어쨋든 평생 집마련하기가 별따기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 몸 하나 의탁할 방하나
얻기도 힘든 현실은 가슴아프다. 삼성동에 있는 회사를 다니려고 남가좌동에 방을
얻었다니 저기 방이동이나 성남같은곳이 더 낫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투룸이 있는 자취방 자랑-아니 정확하게는 동네자랑-이 심하던지 지도검색을
해서 동네를 둘러보기까지 했다. 물론 나는 자취방을 얻을 계획은 없다.

아파트같은 공동주택이 아닌다음에는 바퀴벌레는 그냥 가족처럼 지내야 한다.
아니면 어디 업체를 불러서 정기적으로 방역을 하거나. 정말 손바닥만한 바퀴벌레가
돌아다닌다면 나는 못 견딘다. 밤새 지키면서 박멸을 하거나 방안에 텐트를 치거나
했을 것이다. 자취를 한다는 것은 견디고 포기하고 타협하는 일이라는 걸 정말 실감나게 표현했다. 그래서 지금 어디에선가 자취를 하고 있을 아들녀석도 좀 해탈을 했으면 싶다.

갑작스런 사고로 내 고향 이태원이 난리가 났으니 웃으면 안되는데 이 책을 읽는데
자꾸 웃음이 터졌다. 그것도 리얼 박장대소! 이래도 되나 싶어 자꾸 주변을 둘러봤다.
특히 지하철안에서. 시대정신을 망각한 정신나간 여편네로 낙인 찍힐까봐 무서웠다.
이 책이 그렇게 만든다. 저자는 자기 이름도 이상한 별명으로 바꾸고 할말은 다 하는
전투적인 모습인데 자신은 남들 눈치도 많이 보고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에는 정확하게 'I'라고 주장했다. 글은 'E'던데.
'이 책의 출간을 부모에게 알리지 말라, 리얼한 감정표현과 거짓에 기절하실라.'
'엄마는 모르는...이 아니고 자신도 모르는 서른 근접한 빵떡씨의 생활기에 글쟁이의
천재성이 보였다'라고 말하고 싶다.
웃을일이 없는 요즘, 아니 웃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요즘 잠깐 정신을 놓게 한 책이다.
그래서 살짝 죄책감을 느꼈다. 그래도 추천하고 싶다. 많이 읽고 빵떡씨 힘좀 실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