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계절
이상택 지음 / 델피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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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고배인은 정보기술회사 차장이다. 한 달여전 회사 인근 지하철역 입구에서

일어난 사고를 목격하고 난 후 잠을 이루지 못한다.

독일검정중형차가 인도를 넘어와 건물 상점을 향해 돌진한 사고. 종이 한 장 차이로

사고를 비켜간 배인은 피가 낭자했던 운전자의 생명이 걱정스럽다.

 


 

배인은 어려서 친하게 지냈던 의주와의 추억이 있다. 피아노를 잘쳤던 의주.

사고가 있던 날 와인바 앞에서 그녀를 본 것도 같았다. 의주와 함께 듣던 음악들.

배인은 졸부가 회장이 된 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게 지긋지긋하다. 의주와 함께

음악을 듣고 기타를 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피타고라스학파의 사상을 추앙하는 파장은 이 세상에서 오직 수(數)만이 믿을 만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대형교회옆 건물에 세를 얻어 수를 전파하는 낙으로 살고 있다.

아버지와 이혼하고 어렵게 돈을 벌던 엄마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에게 전하라는 자개함을 남긴 채.

사실 옆 교회의 목사가 바로 파장의 아버지다. 이제 그 아버지를 만나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

그 교회에서 피아노반주를 해주는 여자가 바로 의주였다.

딸 하나를 키우며 산다는데 바에 나와 피아노를 쳐주는 알바를 하고 있다니 생활이

어려운 모양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스물 일곱살의 수군은 백만번째 면접을 보고 있지만 여전히 백수다.

동물과 대화하는 능력을 지닌 수군은 묘쉒이를 꼬여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 나가 유명해지는게 소원인데 까칠한 묘쉒이는 시큰둥해한다.

동네 동물병원에 알바를 시작하라고 부추긴 묘쉒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만다.

그제서야 자신이 얼마나 묘쉒이를 사랑했는지 알게 된 수군은 미친듯이 묘쉒이를 찾아 나선다.

 

식물인간이 된 채 병원에 누워있는 쉰 둘의 남자. 그는 바로 얼마 전 배인의 회사근처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이다. 그리고 의주의 남편이기도 하다.

의식이 어느 정도 돌아오긴 했지만 여전히 식물인간으로 버티는 그의 얘기를 전할 방법이 없다. 잘 나가던 시절 꿍쳐놓은 돈의 존재를 가난해진 아내에게 알려야 한다.

 

옴니버스 형식의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혀있다.

어린시절 첫사랑이었던 소년과 소녀. 그 사랑의 틈을 비집고 들어 소녀를 차지한 남자.

그리고 동물과 소통하는 남자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세상을 떠난 남자.

무엇보다 모든 주인공들이 해피엔딩을 맞아 행복한 소설이다.

다만 졸부이면서 치졸했던 박구자 회장만 빼고. 권선징악의 대표적 소설이랄까.

아마도 작가는 아주 선한 사람이 틀림없다. 모두가 행복한 소설을 쓰고 싶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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