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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반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78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두 개의 아몬드가 있다고 한다. 귀 뒤쪽 깊숙한 어디께, 단단하게
박혀있는 편도체, 아미그달라라고도 하는.
윤재의 병명은 알렉시티미아. 감정 표현 불능증. 이런 병도 있구나.

윤재의 엄마는 임신중에 겪은 스트레스나 몰래 피웠던 한두 개비의 담배, 막달에 못 참고 몇 모금쯤 홀짝인 맥주 따위가 원인이라고 후회했다.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윤재는 생각했다. 윤재는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다만 주변 사람들이 윤재를 불편해 했을 뿐이다.

엄마는 윤재에게 모범답안을 외우도록 했다. 이럴 때는 이런 표정으로 이렇게 말해야
튀지 않는다고. 튀는 순간 표적이 된다고. 그래서 조금쯤은 비슷하게 흉내를 낼 수는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풍처럼 온 가족이 외식을 나가던 그 날 묻지마 사고로 할머니는 죽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되어 병원에 누웠다.
할머니가 운영하다 엄마가 물려받았던 중고서점은 윤재가 문을 열고 닫게 되었다.
손님은 적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윤교수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오래전 잃어버린 아들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놀이공원에 갔다가 잃어버린 아들을 그리워하던 아내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 길에 아들노릇을 해달라고 했다. 윤재는 그 아줌마의 마지막을 지켰다.
얼마 후 윤교수의 아들 이수를 찾았다. 곤이란 이름으로 살아온 아이.
버려졌다는 오해는 아이를 망가뜨렸고 소년원도 이미 다녀온 아이였다.
곤이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윤재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게 뭘까.

곤이는 윤재의 책방을 수시로 찾아와 여기저기 찔러보더니 친구가 되었다.
곤이는 나쁜 애가 아니었고 그저 센척하는 외로운 아이였을 뿐이라는걸 윤재는 알았다.
감정불능자이지만 그런 건 알게된다. 자신의 운명을 더 망가뜨리고 싶어하던 곤이를
찾아 지하 아지트로 내려간 날 윤재는 칼에 찔렸고 죽었다.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듯이 윤재처럼 병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감정불능이라는게 본인은 불편하게 없는 그런 병이다. 윤재를 지켜보는 사람들만 복잡할 뿐이다. 그런 윤재에게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는 절로 알아진다.
곤이를 구하고 싶다는 맘은 그래서 병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어쩌면 윤재는 고질병이 아닌 치유가 가능한 병이었을지도 모른다.
칼에 찔린 그 날 나비가 탈피를 하고 새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듯 윤재는 다시 태어났다.
엄마가 그토록 열심히 먹였던 아몬드가 그제서야 힘을 발휘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