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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알 것 같은 마음 ㅣ 연시리즈 에세이 14
금나래 지음 / 행복우물 / 2022년 9월
평점 :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마음을 그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나 사물을 그리는 것도 결국은 내가 느끼는 대로
그리는 일이라 그린이의 마음이 담길 수밖에 없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h/y/hyunho0305/IMG_20220920_120257_HDR.jpg)
악기를 연주하는 일이나 글을 쓰는 일이나 그림을 그리는 일도 모두 마음을 담지
않으면 가짜가 된다. 화가인 저자의 그림들은 뭐랄까 요즘 유행하는 AI의 모습같기도 하고 어린왕자가 사는 별에서 온 풍경같기도 하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h/y/hyunho0305/IMG_20220924_103121.jpg)
엄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조금 슬프게 다가왔다. 왜 멋진 작가들의 엄마들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못되지 못하고 다 이렇게 헌신적이고 아픈 운명이 많은걸까.
결국 그 슬픔속에서 태어나야만 그림도, 음악도, 글도 가능한 일인걸까.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h/y/hyunho0305/IMG_20220924_115153.jpg)
비둘기호를 타고 춘천을 갔었다는걸 보면 연식이 짐작되는데 이제는 지하철을 타고도 오가는 그 길과는 다른 그 시절의 애잔함과 느림과 설레임은 절대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멀었던 도시가 가까와져도 저자의 말처럼 시간은 과거로 흐르지 않아서 내 기억속에서는 여전히 낡은 모습으로 남아있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h/y/hyunho0305/IMG_20220924_115249.jpg)
피정은 내 친구 수녀가 일 년에 몇 번 정도 떠나는 여행인데 그림도 글도 피정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마음에 콕 박힌다.
그러고보면 그림을 그리는 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현실과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 새로운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 참 축복받은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다.
다만 가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만 부자말고 진짜 그림만으로도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태풍 두어개가 지나가더니 갑자기 가을이 내려 앉았다.
읽는 내내 이 가을과 많이 닮은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조금쯤은 쓸쓸하고 조금쯤은 철학적이고 들판에 지천일 코스모스를 책으로 만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