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알 것 같은 마음 연시리즈 에세이 14
금나래 지음 / 행복우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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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마음을 그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나 사물을 그리는 것도 결국은 내가 느끼는 대로

그리는 일이라 그린이의 마음이 담길 수밖에 없다.

 


 

악기를 연주하는 일이나 글을 쓰는 일이나 그림을 그리는 일도 모두 마음을 담지

않으면 가짜가 된다. 화가인 저자의 그림들은 뭐랄까 요즘 유행하는 AI의 모습같기도 하고 어린왕자가 사는 별에서 온 풍경같기도 하다.

 

 

엄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조금 슬프게 다가왔다. 왜 멋진 작가들의 엄마들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못되지 못하고 다 이렇게 헌신적이고 아픈 운명이 많은걸까.

결국 그 슬픔속에서 태어나야만 그림도, 음악도, 글도 가능한 일인걸까.

 

 

비둘기호를 타고 춘천을 갔었다는걸 보면 연식이 짐작되는데 이제는 지하철을 타고도 오가는 그 길과는 다른 그 시절의 애잔함과 느림과 설레임은 절대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멀었던 도시가 가까와져도 저자의 말처럼 시간은 과거로 흐르지 않아서 내 기억속에서는 여전히 낡은 모습으로 남아있다.

 


 

피정은 내 친구 수녀가 일 년에 몇 번 정도 떠나는 여행인데 그림도 글도 피정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마음에 콕 박힌다.

그러고보면 그림을 그리는 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현실과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 새로운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 참 축복받은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다.

다만 가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만 부자말고 진짜 그림만으로도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태풍 두어개가 지나가더니 갑자기 가을이 내려 앉았다.

읽는 내내 이 가을과 많이 닮은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조금쯤은 쓸쓸하고 조금쯤은 철학적이고 들판에 지천일 코스모스를 책으로 만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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